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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핵심 타자 손아섭(25)은 올시즌 개인적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26일 현재 볼넷 49개로 그동안 가장 많은 볼넷을 기록했던 2010년(121경기 출전) 시즌 전체(50개)에 이미 다다랐다.
고의4구도 올시즌 지금까지 5개로 이처럼 많은 걸러내기를 겪은 적이 없다고 한다. 개인 한 시즌 최다 고의4구는 2010년 4개였다. 이 시즌을 제외하면 대부분 '제로'였다.
타격 부문에서는 LG의 이병규(0.369)와 이진영(0.352)이 규정타석을 채우며 경쟁에 합류하면 다소 밀리겠지만 풀타임을 뛴 진정한 타격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최다안타는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안타왕 타이틀을 차지한 데 이어 2연패를 노리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요주의 대상의 반열에 오를 만하다.
그만큼 손아섭으로서는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상대 투수와 야수들의 견제는 물론 팀 성적과 타이틀을 동시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손아섭은 특이한 체질이다. 스트레스를 즐긴단다. 스포츠 선수들의 대표적인 교과서식 멘트는 '경기를 즐긴다'거나 '부담을 비우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톡톡 튀는 청개구리처럼 이들과는 반대란다. "경기를 즐기자는 말이 맞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막상 경기에 임하면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싶다. 스포츠 경기는 전쟁터같은 곳이다. 상대를 이겨야 팀이 살고 선수의 가치도 올라가는 게 사실아닌가."
그래서 손아섭은 '즐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손아섭은 "나는 그동안 경기를 즐기려고 하면 성적이 더 떨어지기만 했다. 그래서 즐긴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 스트레스가 자꾸 쌓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체질에서는 그것마저도 좋다는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스트레스를 일부러 많이 받는 편이다. 긴장과 압박감을 갖고 타석에 설 때 더 집중할 수 있다"면서 "내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갖고 있어야 잘되는 스타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손아섭은 타격왕 경쟁, 최다안타 도전에 따른 압박감을 갖고 있는 게 더 좋단다. 경기를 즐기는 게 아니라 압박감을 즐기는 특이체질이다.
볼넷을 골라내기까지의 긴장감, 타이틀 경쟁, 팀의 4강 진입 등 주변 도처에 깔린 스트레스는 손아섭을 되레 강하게 만드는 엔돌핀같은 것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