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순리의 힘' 보여준 김현수의 3번 좌익수 컴백

기사입력 2013-10-12 09:29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준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가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9회말 무사 선두타자 김현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11/

하나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잡는 것. 결코 쉽지 않다. 그게 얼마나 어렵고 희귀한 일이었으면 사자성어로까지 만들어졌을까.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성공했을 경우 돌아오는 보상은 두 배다. 때문에 '일석이조'를 위한 계책은 치명적인 유혹과 같다. 딜레마는 여기서 발생한다.

확실히 하나의 돌로 한 마리 새를 반드시 잡는 게 훨씬 쉽고, 성공 확률도 월등히 높다. 이게 '순리'다. 그러나 '일석이조'의 계책은 성공 확률이 떨어지더라도, 만약 성공하면 두 배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이다. 과연 무엇을 택할 것인가.

두산 김진욱 감독이 준플레이오프에서 김현수의 기용법을 두고 고민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강화할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4번 1루수'로 쓸 것인가. 아니면 수비력은 약화되더라도 공격력은 확실히 보강되는 '3번 좌익수'로 쓸 것인가. 전자는 '모험'이고 후자는 '안정'이다.

3차전까지 치러본 결과 역시 큰 경기에서는 '모험'보다는 '안정'이 한층 바람직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넥센과의 1, 2차전. 김 감독이 김현수를 4번 1루수로 기용한 데에는 나름의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 승부다. 여유는 사치다. 할 수만 있다면 초반에 최상의 카드를 다 써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넥센과의 일전을 앞둔 두산의 팀 상황에서 고려했을 때 김현수를 '4번-1루수'로 넣는 것이 공격과 수비의 양쪽 측면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현수의 발목이 완전치 않은 상황. 게다가 1루 수비 요원인 오재일과 최준석의 컨디션 난조. 그렇다면 좌익수 자리에 발빠른 정수빈을 넣고, 김현수는 발목 부담이 적은 1루로 돌려 공격의 기동성과 정확성, 파괴력을 모두 살린다.

이런 결론이 도출됐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모두 수긍했다. 비록 김현수가 '4번 1루수'를 맡아본 적이 많지 않아 성공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성공만 한다면 팀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계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계책이라고 해도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의 컨디션이나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 등 수치화되기 어려운 외부 변수 때문이다. 결국 1, 2차전에서 김현수는 8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말았고, 두산은 2경기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김현수 4번 1루수' 카드는 너무 많은 것을 노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케이스다.

다행히 두산 벤치는 뒤늦게나마 이런 실수를 깨달았다. 김현수는 낯선 1루 포지션에서 팀 타선의 핵심인 4번 타자까지 맡다보니 너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만약 1차전에서 빗맞은 안타라도 하나 나왔다면 부담감이 사라졌을 텐데, 불행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8타수 무안타'의 중압감이 김현수를 짖누르고 있었다.


3차전을 앞둔 김 감독은 이런 상황이 되자 욕심을 버리고 '순리'를 택했다. 한가지 수로 여러가지 결과를 얻기보다 원래 해왔던대로, 다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순리에 맞게 팀을 운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김현수가 가장 많이 나왔고, 그만큼 익숙한 '3번 좌익수' 카드로 라인업을 바꾼 것이 그 결과다.

단순하지만 익숙한 라인업. 두산은 이 라인업으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최준석이 '4번 1루수'를 맡았으나 수비 불안은 없었다. 오히려 홈런을 치며 초반 주도권을 잡는데 일조했다. 김현수도 오랜 침묵을 깨고, 희생타로 첫 타점을 올리더니 9회말에는 호쾌한 2루타까지 날렸다. 결국 두산이 벼랑끝에서 1승을 따낸 힘은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팀이 가장 편안하게 힘을 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한 데 있었던 것이다.

희미하게 살아남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뒤쳐졌다고 무리해서는 발이 꼬여 스스로 넘어질 수 있다. 이제 마음이 급해진 쪽은 오히려 넥센이다. 순리에 맞게 두산 특유의 뚝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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