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드넓은 잠실더비, '발야구'가 승부 가른다

최종수정 2013-10-17 11:47


잠실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좌우 100m, 중견 125m로 가장 넓은 그라운드를 갖고 있다. 자연스레 홈런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다른 구장이라면 쉽게 백스크린을 때렸을 타구도 담장 앞에서 잡히곤 한다. 플레이오프 1차전 6회말 나온 LG 이진영의 큼지막한 타구도 두산 중견수 이종욱이 여유 있게 잡아냈다.

구장 규모가 크다면, 장타 대신 다른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두산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확실한 팀컬러를 갖췄다. 전임 김경문 감독 시절부터 두산은 '육상부'란 별칭을 갖고 있었다. 홈구장에 특화된 팀컬러를 만든 것이다.

페넌트레이스는 홈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경기를 치른다. 절반이나 된다. 익숙한 홈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따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두산은 잠실구장에 특화된 '뛰는 야구'를 펼쳤다.

발빠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중심타선에 힘 있는 타자들이 배치됐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모든 타순에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배치했다. '발야구'를 테마로 한 세대교체는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졌고, 이젠 두산 고유의 팀컬러로 자리잡았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두산의 발야구가 빛을 발했다. 준플레이오프 때 '장타'가 테마인 넥센을 만나 홈런과 목동구장 트라우마에 시달렸다면, 오히려 이젠 부담감 없이 편하게 경기에 나서게 됐다. 같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와 만나면서 '매경기가 홈경기'와 같은 어드밴티지를 얻게 됐다.

1회초 선두타자 이종욱부터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때려냈다. 빠른 발을 가진 이종욱이기에 좋은 코스로 타구를 보낸 뒤 3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두산은 김현수의 우전 적시타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렸다. 6회말 1사서 두산 이종욱이 LG 이진영의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16.
계속된 무사 1,3루에선 최준석의 3루수 앞 땅볼 때 상대 3루수 정성훈의 실책으로 3루주자 정수빈이 홈을 밟았다. 이 역시 빠른 발을 가진 정수빈을 다분히 의식하면서 연출된 장면이었다.

발빠른 주자가 누상에 있을 때 야수들은 부담감을 갖고 송구하게 된다. 어깨에 쓸 데 없이 힘이 들어간다거나 영점이 흔들릴 수 있다. 정성훈 역시 홈에서 정수빈을 잡겠다는 생각이 앞서면서 송구가 높게 뜨고 말았다.


7회 결승점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2사 3루에서 나온 최준석의 3루수 앞 땅볼 타구는 발이 느린 최준석을 감안하면 평범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타구였다. 하지만 1회 실책을 범했던 정성훈은 바운드를 맞춰 양손을 모아 안전하게 포구하려다 오히려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2사였음을 감안하면, 3루주자 이종욱은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발이 느린 최준석 앞에서 실책이 나오고 말았다. 두산의 스피드에 스스로 발목을 잡힌 꼴이었다. 이외에도 6회 폭투 하나로 1루에서 3루까지 내달린 오재원의 모습 등 두산 육상부의 장점을 보여준 장면은 많았다.

LG는 상대적으로 두산에 비해 스피드가 부족하다. 두산이 팀 도루 1위(172개)인 반면, LG는 5위(139개)로 평범했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의 발에 현혹되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때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무모한 도전이 되면서 발목을 잡힌 경험이 있다. 발야구의 맹점에 사로잡힌 것이다. 과연 남은 시리즈에서 뛰는 야구가 어느 팀을 향해 웃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LG와 두산이 16일 잠실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를 펼쳤다. 1회초 무사 1,3루 두산 최준석의 3루수앞 땅볼 때 LG 3루수 정성훈의 홈 악송구가 빠지는 사이 두산 3루주자 정수빈이 홈인하고 있다.
잠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0.16/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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