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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과 두산의 2013 한국시리즈 6차전이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6회말 무사 1루 삼성 채태인이 두산 니퍼트의 투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재역전 2점홈런을 날리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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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니퍼트는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못던지는 구종이 없다. 두산 전력분석팀에게 니퍼트의 강점을 물으면 바깥쪽 제구력과 다양한 볼배합, 침착한 경기운영을 꼽는다. 150㎞에 이르는 직구와 변화구의 다양함과 제구력을 앞세워 3시즌째 국내 무대 최고의 선발투수로 군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니퍼트의 약점은 체인지업이 간혹 제구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날아들다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오프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다. 타자가 직구로 착각하고 배팅 타이밍을 빼앗기는 구종. 슬라이더나 커브처럼 손가락으로 공의 솔기를 채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3개로 그립을 잡고 밀듯이 던지는 구종이다. 니퍼트는 검지, 중지, 약지를 이용한 서클체인지업을 던진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떨어지는 폭이 작거나 높은 코스로 들어갈 경우 장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니퍼트는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⅔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6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홈런을 두 방이나 허용했다. 니퍼트는 올 정규시즌서 한 경기 2홈런을 내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만큼 이날 6차전서는 실투가 많았다는 의미. 그런데 그 원인이 밋밋한 체인지업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니퍼트 입장에서 승부처는 팀이 2-1로 앞서 있던 6회초였다. 선두타자는 왼손 박한이. 초구 143㎞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니퍼트는 2구와 3구를 연속 바깥쪽 볼로 던져 볼카운트 2B1S에 몰렸다. 여기에서 포수 최재훈의 선택은 바깥쪽 체인지업. 하지만 니퍼트의 130㎞ 체인지업은 바깥쪽 약간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지기는 했지만, 떨어지는 폭이 밋밋했다. 박한이는 가볍게 밀어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로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3번 왼손 타자 채태인과의 승부가 문제가 됐다. 니퍼트는 초구를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선택했다. 구속은 130㎞였다. 하지만 또다시 이번에도 떨어지는 폭이 작았다. 약간 바깥쪽으로 휘면서 살짝 떨어지는 것을 채태인이 기다렸다는 듯 힘차게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겨버렸다. 채태인은 지난 29일 잠실 5차전서도 두산 선발 노경은의 바깥쪽 148㎞짜리 직구를 밀어쳐 좌월 1점 홈런을 날린 적이 있다. 포스트시즌 들어 바깥쪽 코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채태인이 니퍼트의 실투를 놓칠 리 없었다.
이날 니퍼트가 6회 던진 2개의 체인지업은 '말을 듣지 않은' 고장난 것이었다. 경기 중반까지 한 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두산은 채태인의 역전 홈런포에 흐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니퍼트는 7회에도 박한이에게 3점 홈런을 내주면서 고개를 떨궜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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