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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1번타자 전성시대다. 이들이 FA 대박을 휩쓴 이유는 뭘까.
역대 FA 최고액 2위 기록을 세운 정근우(4년 총 70억원)를 필두로, 함께 한화로 이적한 이용규(4년 67억원), NC에서 옛 스승인 김경문 감독과 재회하게 된 이종욱(4년 50억원)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들이었다. 계약내용으로 보면, 2위, 3위, 5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전까지 FA 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았던 1번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FA 제도가 시행된지 3년째였던 지난 2001년 말 전준호(현 NC 코치)는 3년 12억원에 현대에 잔류했다. 그해 FA 4명 중에서 연평균 금액이 양준혁(은퇴, 4년 27억2000만원)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양준혁과 액수 차이는 컸다.
2003년 말엔 정수근(은퇴)이 FA 사상 최초로 6년 계약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다. 6년간 40억6000만원. 전준호를 트레이드시킨 뒤 제대로 된 1번타자를 찾기 위한 롯데의 통 큰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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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지난해 김주찬(4년 50억원)까지 오랜 시간 동안 1번타자들의 FA 대박은 없었다. 사실 타순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발빠른 타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노쇠화되는 기미를 보인다.
그런데 빠른 발로 두각을 드러내 1번타자 자리를 꿰찬다 하더라도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다. 수년 안에 젊은 피에게 자리를 뺏기는 일이 많았다. 타순은 점점 밀려나기 마련이었다.
FA 시장에서 순수 1번타자의 이름을 찾기 힘든 이유였다. 풀타임 9년을 뛰어야만 취득할 수 있는 FA 자격은 1번타자들에게 너무나 먼 얘기였다. 데뷔 초부터 리드오프 자리를 꿰차 꾸준하게 9년을 보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뛰는 야구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1번타자들의 가치도 올라갔다. 단순히 발만 빨라서 되는 것도 아니었다. 최대한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보고,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볼넷 등을 얻어내 출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 덕목이 됐다. 그저 발만 빠른 선수가 아닌, 다재다능한 선수가 1번타자로 성장해갔다. 그리고 좀처럼 자신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 선수들이 나왔다.
'유행'은 이번 FA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너도 나도 뛰는 야구를 하면서 동시대의 비슷한 자원들이 함께 성장했다. 그 결과 공교롭게도 정근우 이용규 이종욱이라는 걸출한 1번타자들이 함께 시장에 나온 것이다.
이번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린 정근우와 이용규, 이종욱은 모두 각 팀에서 오랜 시간 1번타자로 뛰었다. 국가대표를 소집하면 누굴 1번타자로 놓을지 고민하게 만들 만한 인재들이었다. 최근에 폭발력이 떨어지긴 했어도, 오랜 시간 뛴 것 치곤 몸관리를 잘한 편이다.
'발야구'의 흐름 속에 탄생한 걸출한 1번타자들, 분명 신선한 트렌드다. 공급이 늘었음에도, 몸값은 동반하락한 게 아니라 함께 껑충 뛰었다. 앞으로도 좋은 1번타자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것이다. 다음 수혜자는 누가 될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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