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룬 LG, 신연봉제 현실 앞에 부딪히다

기사입력 2013-12-05 16:43



4강에 가야했던 LG 트윈스. 선수들에게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신연봉제라는 획기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이 신연봉제로 인해 골치아프게 생겼다. 덜컥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누구 하나 못한 선수가 없었다. 구단의 연봉 예산은 정해져있는데 너도나도 큰 연봉 인상을 기대하는 눈치다.

예견됐던 신연봉제의 명과 암

2010년 시즌을 마치고 LG 백순길 단장이 신연봉제 도입을 선언했다. 간단히 말하면 신연봉제는 잘한 선수에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연봉 인상률을 보장하는 대신, 기대에 못미친 선수는 엄청난 액수의 연봉을 깎아 선수들이 의욕을 갖고 시즌을 치르게 하기 위한 제도다. 도입 첫 해부터 파격적인 협상이 이어졌다. 신인 내야수 오지환은 24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먹튀'로 악명이 높았던 투수 박명환(현 NC)은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깎이는 굴욕을 맛봐야했다. 90% 삭감됐다.

이후 2011 시즌 후에는 수술로 인해 재활에 힘쓴 투수 봉중근이 3억8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이 삭감된 1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부진했던 오지환도 1년 만에 연봉이 반토막 났다.

지난해에는 1군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한 이대형이 8500만원 동결 결정이 나자 선수단 내부가 술렁였다. FA를 한 시즌 앞둔 이대형이었다. 신연봉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와중에 신연봉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LG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4강에 진출하지 못했기에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들도 구단의 연봉 결정에 별다른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LG는 돌풍을 일으키며 정규시즌 2위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냈다. 이제 선수들 마음 속에 '제대로 신연봉제를 즐겨보자'라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지난 3년간 맛봤던 아픔을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 당연한 일이다.

"성적만큼 돈 푼다"고 하는데…


LG의 연봉협상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LG 백순길 단장은 올겨울 연봉협상과 관련해 "잡음없이 끝내겠다"고 밝혔다. 신연봉제 얘기를 꺼내자 "선수들이 한 만큼 많이 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협상과정에서 구단, 선수간의 마찰이 충분히 예상된다. FA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예외로 하자. 연봉계약을 해야하는 선수들 중 올시즌 1군 붙박이로 활약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일단 선발진의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 불펜에 이동현, 마무리 봉중근이 있다. 야수진에는 정의윤 윤요섭 손주인 김용의 문선재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이름부터 꺼낸 이유는 모두들 지난 시즌에 비해 엄청난 성적 발전을 이뤄낸 선수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규민은 9000만원의 연봉을 받고 10승 투수가 됐다. 기존 신연봉제 기준이라면 최소 3억원 이상을 줘도 아깝지 않은 성적이다. 류제국과 신정락도 마찬가지다. 이동현과 봉중근은 어떨까. 두 사람이 뒤에서 버텨주지 못했다면 LG의 가을야구는 없었다. 특히, 봉중근의 경우 그동안 서운했던 점들을 이번 협상에서 모두 풀어내려 할 것이다. 깎은 만큼 올려줘야 본인도,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수긍을 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위에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오지환 이병규(7번) 류택현 이상열 유원상 등도 지난 시즌 성적과 비슷한 활약을 했다. 이런 경우 팀 성적이 좋기에 기본적으로 연봉을 인상해주는 게 프로구단의 관례다. 또, 마땅히 연봉을 삭감할 주요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문제는 이 많은 선수들에게 원하는 만큼의 액수를 안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야구단은 한 시즌 연봉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돼있다. 그런데 너도나도 신연봉제를 기준으로 한다고 치면 주전급을 넘어 주요 백업 선수들에게까지 억대 연봉을 안겨줘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협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기존 연봉이 높았던 선수들의 인상폭은 줄이고 2010년 시즌 처럼 2000만원대 선수였던 오지환, 이병규(7번)의 사례와 같은 선수들의 인상률만 높여 생색내기를 하려 한다면 분명 LG에는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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