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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은 파격의 연속이다. 지난 1년 간 파란만장했다. 늘 화제를 몰고왔고, 반전 드라마를 썼다.
시즌이 시작되면서 핵심적인 좌완 중간계투로 맹활약했다. 135㎞ 이상 나오지 않는 패스트볼로 타자들과 정면승부, '느림의 미학'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선발로 전환, 25년 만에 두산의 10승 좌완투수(10승7패3홀드1세이브, 평균장책점 3.53)가 됐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욱 강렬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잘 던졌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은 집중력이 배가된다. 분석도 더욱 철저해진다. 때문에 유희관이 활약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유희관은 보란듯이 뒤집었다. 오히려 더욱 정확한 컨트롤과 허를 찌르는 수싸움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게다가 "박병호가 두렵지 않다"는 얘기를 시발점으로 거침없는 입담까지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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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지난해에도 여유는 있었는데, 올해는 차원이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이젠 주전경쟁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으니까.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올해 더 잘해야 한다.
―어떻게 잘할건가. 지난해 많은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대견제도 그만큼 심해질텐데.
맞는 말이다. 그래서 포크볼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크볼은 지난해에도 구사했었는데.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약간 불안정했던 것도 있고.
―포크볼을 강화하면 어떤 이점이 생긴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좌타자 공략이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지난해 유희관은 우타자에게 피안타율 2할2푼1리, 좌타자에게 3할3푼2리를 기록했었다.) 지난해 우타자에게는 싱커를 결정구로 사용하는 빈도가 높았는데, 좌타자에게는 그렇게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포크볼을 강화하면 유리한 위치에서 좌타자와 승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구종을 장착했다는 이미지도 줄 수 있다.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없나. 싱커는 약간 쓸어서 던진다는 느낌이고, 포크볼은 찍어서 던진다는 느낌이다. 두 구종은 투구 매커니즘 상 상충될 수 있다. 그렇다면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부분은 나만의 장점이다. 공이 느린 대신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투구밸런스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때문에 싱커와 포크볼을 나란히 구사해도 투구 밸런스에는 큰 문제가 없다.
―참 좋은 재능이다. 올해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패스트볼을 구사할 때는 정면승부를 많이 한다. 본인은 패스트볼이 느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스피드건에 그렇게 찍히니까. 느린 것 맞다. 하지만 괜찮은 볼 끝이 있으니까, 자신감은 있다.
―그게 그 말이다.
(기자와 함께 웃으면서) 그렇다.
―너클볼을 장착할 생각은 없나. 구종을 장착하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데, 너클볼도 욕심이 날 것 같은데.
아직 그럴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일단 싱커와 포크볼을 더욱 강화한 뒤에 한계가 오면 그때 다시 생각할 문제다.
―너클볼을 구사한 적은 있나.
몇 번 던지려고 시도한 적은 있다. 손가락을 오므려서 던져야 하는데, 손가락만 아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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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얘기를 좀 해보자. 수많은 화제가 있었다.
항상 감사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선을 다했고, 다행히 잘 봐 주시는 것 같다.
―얘기가 접대성 멘트로 흐르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올해 연봉인상은 만족하나. 억대 연봉이 됐다.(유희관은 지난해 2600만원에서 올해 1억원으로 연봉이 수직상승했다. 두산 팀 역사상 최고 인상률이다)
만족한다.
―연봉협상을 어떻게 했나. (비시즌 연봉협상에는 구단과 선수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있다. 필수적인 부분이다. 궁금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처음에는 이견이 좀 있긴 했다. 구체적인 것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구단과 1000만원 정도의 갭이 있었다. 하지만 구단에서 1억원을 제시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연봉인상률도 구단 역대 최고였다. 그래서 나도 기분좋게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항상 화제가 됐던 것은 배짱투였다. 포스트 시즌에서 더욱 잘할 지는 몰랐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 떨린다고. 그리고 공이 느리기 때문에 상대가 철저하게 분석하면 공략당할 지도 모른다. 사실 포스트 시즌 들어가기 전에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막상 닥치니까 담담했다. 오히려 더 침착해졌다.
―참 부러운 부분이다. 보통 투수들은 그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이 느리니까. 컨트롤과 배짱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포스트 시즌보다 시즌 10승을 달성하기 직전이 더 떨렸다. 너무 달성하고 싶었던 기록이다.
―포스트 시즌 '도발 시리즈'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박병호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직후에 주위에서 '너 미친거 아니냐'는 농담을 많이 들었다.
―결국 박병호를 효과적으로 제어했다. 시즌이 끝난 뒤 박병호와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나.
시상식장에서 봤는데,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 박병호가 워낙 상을 많이 타서, 그런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하하하) 오히려 이병규 선배에게 부탁을 드렸다.
―이병규와 무슨 얘기를 했나.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유희관은 "이병규 선배님께 복수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병규는 "난 져도 된다. 팀만 이기면 된다"고 여유있게 응수. 둘은 장충고 선, 후배다. 유희관은 페넌트레이스 2위 결정전이나 다름없었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병규에게 결승 2루타를 맞았다)
시상식장에서 만나 '저 때문에 타격왕에 올랐다고 공식석상에서 한마디 해 주세요'라고 농담을 했다. 선배님께서 실제로 '유희관에게 고맙다'고 하시더라.(하하하)
(그는 여전히 유쾌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만큼은 진지했다. 매우 영리한 선수다. 지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거기에 대한 부작용도 이미 다 계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더욱 여유로운 입담을 과시했는 지도 모른다. 올해 그의 입담은 확실히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