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쫄았냐?" "아닙니다." "그러면 안쫄았어?" "그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도대체 뭐야?"
23일 LG와 삼성의 연습경기가 열렸던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 위 대화는 경기 후 LG 강상수 투수코치와 이날 경기 선발로 나섰던 신인 임지섭이 나눈 대화다. 임지섭은 연습경기지만 이날 삼성전에서 프로 첫 실전투구를 했다. 2이닝 1실점. 겉으로 보기에는 나쁜 결과 같지 않지만 내용에서는 확실히 신인티가 묻어났다. 어이없을 정도로 벗어난 공이 섞이는 등 제구가 들쭉날쭉했다. 볼넷 2개, 사구가 2개 나왔다. 150km를 넘는다던 직구 구속도 144km에 그쳤다.
하지만 24일 LG 훈련장인 오키나와 이시카와구장에서 만난 강 코치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 걱정할 일이 없다고 했다. 강 코치는 경기 후 임지섭에게 "쫄았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쫄다는 겁을 먹었다는 표현의 경상도 방언. 임지섭이 아니라고 답을 하더란다. 그런데 주눅이 안들지도 않았다는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강 코치는 껄껄 웃으며 "고졸 신인투수가 첫 실전경기를 우승팀 삼성과 한다는 것 자체에 아무래도 긴장을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석구석 세밀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 유형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탄착군 형성은 되는 평소 모습이었는데, 이날따라 유독 제구가 안된 것은 긴장한 탓이 컸다는게 강 코치의 설명이었다. 특히, 이승엽 최형우 등 대타자들을 상대할 때 유독 긴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강 코치는 "몇 경기 실전을 더 치러봐야 알겠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구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코치는 "보통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실전투구를 할 때 구속이 7~8km 정도는 안나오는게 정상이다. 나는 캠프 때 130km를 넘겨본 적이 없었다"라며 "이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시즌 중에는 충분히 140km 후반대, 그리고 150km가 넘는 공을 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임지섭이 고교시절과 다르게 투구폼이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큰 키에 건장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공을 던지는 팔이 많이 내려왔다고 한다. 강 코치는 이에 대해 "투구폼에 전혀 손을대지 않았다. 150km를 던질 수 있는 투수의 투구폼에 왜 손을 대나. 그 좋은 무기를 잃게 하려는 지도자는 없다. 김기태 감독님도 나도 그런 것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며 "올 한 해는 자신이 던지고 싶은 폼으로 마음껏 던지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이 내려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고교시절 던지는 모습과 비교해봤을 때, 내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 코치는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뿌린 좋은 공들에서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나도 스카우트 생활을 오래했지만 이런 자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