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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를 상징하는 좌완투수 하면 아직까지 떠오르는 이름은 '야생마' 이상훈이다. 트레이드마크였던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선발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LG 마운드를 지켰다. 그가 떠난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상훈의 이름을 대체할 만한 좌완투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LG의 새로운 수호신 봉중근이 지난해 이상훈의 흔적을 조금은 지워냈다. 38세이브를 기록하며 이상훈이 97년 세웠던 구단 사상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었던 37세이브를 넘어섰다. 그렇게 LG는 10년의 염원이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연봉이 1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봉중근이다. 야구선수로서 더 큰 꿈이 있다.
봉중근이 구단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경기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5일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이었다. 질 것 같던 경기가 갑자기 뒤집히며 봉중근에게 세이브 기회가 왔고, 봉중근은 승리를 잘 지켜냈다. LG가 승리하고 대전에서 넥센이 패하며 정말 드라마 같이 LG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온통 LG의 극적인 플레이오프 직행에만 관심이 쏠렸지, 봉중근의 세이브 기록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봉중근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봉중근은 "그 때는 너무 기뻐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 세이브 기록은 완전히 묻히고 말았더라"라며 쑥쓰러운 웃음을 짓는다.
모든 사람은 꿈을 꾸고 희망을 갖는다. 목표가 있어야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그게 이뤄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지만 꿈과 목표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보다는,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는 사람이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
봉중근도 큰 꿈을 갖고있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가 어떤 더 큰 꿈이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로서, 그리고 미래 지도자로서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에 꿈꾸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한다. 봉중근의 마지막 목표는 일본에서 공을 던져보는 것이다. 봉중근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한국에서 7시즌을 채워 구단 동의 하에 해외 무대에 나갈 수 있다. FA 자격을 얻으려면 이번 시즌을 마친 후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보다는 1살이라도 더 어릴 때 경쟁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봉중근은 "물론 내 구위와 성적이 좋아야하고, 일본팀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전제조건을 달면서도 "한국, 미국, 일본 야구를 모두 경험해본다는 것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나라의 야구를 모두 경험한 최초의 감독이 되는게 내 야구인생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물론, 그 전에 꼭 이뤄야 할 일이 있다. LG의 우승을 이끌어야 그 다음 목표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그래야 스스로 떳떳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봉중근이다. 그는 올해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이름값으로만 뽑히는게 아닌, '봉중근은 꼭 뽑혀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실력을 보여주고 당당히 선발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