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4강 도전, 어센시오가 키플레이어인 이유

기사입력 2014-03-27 12:21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KIA 어센시오가 LG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22.

'희망'과 '불안'이 모두 그의 어깨에 올려져있다. 어떤 시나리오를 떠올려봐도 마지막에는 그가 키 플레이어다. KIA가 선택한 외국인 마무리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31). KIA가 지난해 8위의 수모를 딛고 다시 상위권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열쇠는 결국 어센시오가 쥐고 있다.

왜 어센시오가 키 플레이어인가

올시즌 KIA는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팀 구성이 상당히 변했다. 이용규와 윤석민이 떠났고, 이대형이 들어왔다. 또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어나면서 데니스 홀튼과 브렛 필 그리고 어센시오가 팀에 합류했다. 선발진과 내·외야에서 '경쟁'과 '변화'가 스프링캠프의 화두였다. 선동열 감독은 팀 컬러의 변화를 많이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전 포지션에 걸쳐 상당히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만약 주전 선수가 부진하거나 다칠 경우에도 대체할 만한 인물들이 만들어졌다. 이는 곧 전력 누수가 적다는 뜻이다. 부상이나 부진에 따른 충격파를 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오직 어센시오 하나 뿐이다. 보직의 특성상 '대체선수'를 만들어놓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믿고 맡겨야 한다. 그래서 KIA는 아예 오랜 공을 들여 전문 마무리 경험을 갖춘 어센시오를 데려온 것이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난해 KIA는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썼다가 실패했다. 선발 출신의 앤서니 르루를 캠프부터 마무리로 낙점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안요소를 많이 보이더니 결국 시즌 중 퇴출됐다. 아무래도 마무리 경험이 적다보니 약점이 많이 노출됐다. 그 여파는 컸다. 결국 마무리가 무너지면 팀은 근본적으로 동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면을 감안했을 때 어센시오야말로 올해 KIA 성적의 열쇠를 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희망요소 vs 불안요소

사실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계속 마무리 부문에 약점을 보여왔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역전패가 빈번하게 나왔다. 선수단의 사기 저하와 성적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이걸 깨지 않으면 상위권 재도약은 어렵다. 그래서 올해 어센시오에게 거는 팀의 기대는 무척 크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어센시오는 꽤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면 외에도 불안 요소가 감지된다. 결국 관건은 정규시즌에 이런 불안요소를 얼마나 없앨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우선 어센시오는 확실한 무기를 지녔다. 150㎞ 중반에 달하는 패스트볼도 뛰어나지만, 그보다 팀 내부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결정구라고 여기는 구종은 체인지업이다. 어센시오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서클 체인지업을 던져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범타를 이끌어내는 게 좋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시범경기 때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며 한국타자들의 성향과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하려 했다. 또 마무리 경험이 많다보니 위기상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주자를 내보내더라도 평소와 마찬가지의 타이밍과 구위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마무리로서 큰 플러스 요인이다. 또 주자가 있을 때 견제나 슬라이드 스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없지 않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구 습관의 노출이다. 아시아권 야구를 처음 접하는 투수가 가장 흔하게 겪는 문제다. 무심코 하는 행동 속에서 자신이 던지는 구종이나 방향을 노출해버린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력분석은 이걸 놓치지 않는다.

어센시오도 이런 습관이 있었다. 스프링캠프에 오자마자 파악됐다. 코칭스태프가 이런 점을 지적하며 투구폼을 일부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어센시오는 처음에는 잘 믿지 않았다. 그게 경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몰랐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그런 어센시오를 보며 "시범경기부터 얻어맞아보면 아마 그 뜻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준 것이다.

선 감독의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처음에는 공을 맞히는 데 급급했던 타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공을 받아치자 습관이 노출된 것을 체험한 것이다. 선 감독은 지난 15일 광주 두산전에서 어센시오가 9회에 나와 2안타 1볼넷으로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되자 "차라리 지금 얻어맞은 게 다행"이라고 했다. 문제점을 수정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어센시오도 느낀 바가 큰 경기였다.

이후 어센시오는 투구폼을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안좋은 습관을 없애나갔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고쳐졌다고 하긴 어렵다. 다시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주의해야 한다. 결국 한국 야구의 세밀한 분석과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어센시오가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불안요소만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면, 어센시오는 KIA에 희망을 안겨줄 실력은 충분히 갖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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