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경기 전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기들이 나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감독의 결단력이다. 애초 구상한대로 경기를 끌고나가야 하는지, 아니면 승부처라고 생각해 과감한 카드를 꺼내들지는 전적으로 감독의 선택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시즌 2차전 경기가 열린 9일 부산 사직구장. 양팀은 전날 12회 연장 승부 끝에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불펜 투수 소모가 막심했던 것은 뻔한 일이다. 롯데 6명, LG 5명의 투수가 선발투수 이후 나왔다. 타격은 LG쪽에 더 있었다. 롯데 투수들은 마당쇠 김승회가 33개의 공을 던진 것과 마무리 김성배가 24개를 던진 것을 빼면 모두 10~15개 사이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반면, LG는 팀 불펜의 핵심인 이동현과 봉중근이 많은 투구를 했다. 이동현이 30개, 마무리 봉중근이 44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도 투구수지만 두 사람은 부상 경력이 있는 투수들이기에 시즌 내내 관리가 필요한 투수들이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기태 감독은 두 사람의 활용에 대해 "투구수가 많았다. 최대한 등판을 자제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도 "오늘 등판은 없다"고 선을 긋지는 않았다. 야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선발 우규민이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주고, 타선이 일찌감치 터지며 점수차를 벌리는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전날 등판하지 않은 정현욱 김선규 윤지웅을 최대한 활용하는게 베스트였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바람대로 게임이 흘러가지 않았다. 이날도 초접전이었다. 4회 터진 이병규(9번)의 만루홈런으로 쉽게 경기가 풀리는 듯 했지만 4회말 곧바로 3-4 추격을 허용했고, 6회에는 상대 박종윤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일단은 동점 상황에서 정현욱으로 버텼다. 문제는 8회초 이진영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달아나는 1점을 뽑아냈다는 것이다.
여기서 김 감독이 선택을 해야했다. 애초 구상에 있던 투수들로 버텨보느냐, 아니면 힘들겠지만 필승조를 투입해 이 경기를 확실히 잡고가느냐 중 하나였다. 만약, 이동현과 봉중근을 등판시켜 승리를 따낸다면 천만다행. 하지만 이들을 투입하고 동점 내지 역전을 허용했다면 단순한 1패의 충격이 아닐 수 있었다. 당장 10일 이어지는 롯데전 뿐 아니라 이어지는 NC와의 주말 3연전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였다.
김 감독의 선택은 후자였다. 개막 후 5연전에서 2승3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 전날 무승부 여파도 있었다. 1승이 간절했다. 당장, 10일 경기에 두 사람을 투입시키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잡을 수 있는 경기는 확실히 잡고 가자는 계산을 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8회말 등판한 이동현은 선두 박종윤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까다로운 강민호와 황재균을 잘 잡아냈다. 8, 9번 타순으로 이어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마운드를 김선규에게 넘겼다. 평소 같았으면 이동현이 이닝을 마무리했겠지만, 과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코칭스태프의 선택이었다. 이동현은 16개의 공을 던졌다. 김선규가 대타 정 훈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8회를 넘겼다 .
9회는 마무리 봉중근의 몫이었다. 다행히 팀 타선이 9회초 2점을 더 뽑아줘 7-4 스코어를 만들었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봉중근은 1이닝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투구수 8개의 효율적인 피칭이었다. LG와 김 감독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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