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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직 나갈 단계는 아닌데…."
역대 다섯번째 고졸 신인 투수의 데뷔전 승리였다. 지난달 30일 LG 임지섭이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1실점하며 네번째 주인공이 된 뒤, 14일만에 새로운 주인공이 나왔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받던 하영민은 지난 9일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무너진 선발 오재영을 대신해 1군에 올라왔다. 2군에서는 지난 1일 LG전에서 6⅔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고, 지난 8일 고양원더스와의 교류전에서 5이닝 9피안타 3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3연전 중 첫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예약해 여유가 있을 법도 했지만, 이건 팀이나 다른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소리였다. 데뷔 첫 등판 기회를 잡은 신인 투수에겐 모든 게 떨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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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영민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뿌렸다. 주자가 나가도 위축되는 법이 없었다. 1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허도환이 도루를 저지해내며 보다 가볍게 출발할 수 있었다. 정근우에게 재차 볼넷을 내줬지만, 이번엔 이강철 수석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하영민을 진정시켰다.
결국 피에와 김태균을 우익수 뜬공,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1회를 마쳤다. 2회는 삼자범퇴였다. 김회성을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통해 6구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모습은 일품이었다. 하영민의 주무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3회에는 위기도 있었다. 선두타자 한상훈에게 커브를 던지다 높게 들어가는 실투가 돼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김민수, 이용규, 정근우를 2루수 뜬공, 좌익수 뜬공,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상위 타순으로 연결되는데도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4회도 삼자범퇴로 마친 하영민은 3-0으로 앞선 5회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김회성에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았는데 넥센 좌익수 로티노가 공을 더듬는 실책을 범해 3루를 내줬다.
하영민은 정현석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지만, 한상훈에게 또다시 2루타를 허용해 1실점하고 말았다. 3점차에서 2점차로 좁혀진 상황. 하영민은 움츠려들지 않았다. 3회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김민수와 이용규를 1루수 뜬공,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는 담력을 보였다.
직구 최고구속은 146㎞, 72개의 공 중 절반에 가까운 31개가 직구였다. 이외에도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14개)에 커브(3개), 체인지업(24개)을 섞어 효과적으로 상대의 타이밍을 뺏었다. 특히 체인지업을 통한 완급조절 역시 신인답지 않았다.
경기 후 하영민은 "짜릿하다. 날아갈 것같이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긴장한 후배를 위해 선배들 모두 '즐기라'는 말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는 "후반기 쯤이나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감독님께서 '부담 없이 던져라'고 말해주셨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즐기자는 마음으로 이겨냈다. 하영민은 "아마추어 땐 덩치가 큰 선수도 적은데 프로에선 덩치가 크고 TV에서만 봐왔던 선수들이라 긴장도 됐다. 3회말 무사 2루를 막을 때 정말 긴장됐다"고 말했다. 당시 무사 2루에서 세 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낼 때 체인지업이 통한다는 걸 깨달았다. 좌타자 상대로만 던지던 공인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잘 먹혔다고.
가족 앞에서 거둔 첫 승이라 더욱 기뻤다. 원래 형만 오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이 모두 와서 경기를 관람했다. 마운드를 내려가고 나서야 가족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하영민은 "어디 앉아 계신 지도 모르고 경기를 했다. 올라와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하영민은 "내가 공을 빠르게 뿌리는 것도 아니고, 무게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명될 때부터 제구가 장점이었다. 장점을 통해 맞혀 잡는 식으로 던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