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14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이 4-0으로 앞서던 7회말 1사 임재철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밴헤켄과 포수 로티노가 교체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4.16/ |
|
외국인 투수와 외국인 포수.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조합이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가 딱딱 맞아들어간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앤디 밴헤켄과 포수 비니 로티노. 히어로즈 상승세의 주역이자 한국 프로야구사를 다시 쓰고 있는 주인공이다.
둘이서 두 경기에 배터리를 이뤄 2승. 두 경기, 13⅓이닝을 던져 무실점을 기록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완벽한 호흡이다.
밴헤켄-로티노 배터리가 첫 선을 보인 건 지난 1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전. 가능성을 봤지만 사실 모험에 가까웠다. 외국인 포수가 선발 출전한 게 무려 10년 만의 일이었다. 두 선수 모두 미국 국적이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지만, 로티노에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국내 야구 사인에 익숙하지 않고, 타자 파악이 안 된 상황이었다. 포구와 블로킹, 송구동작도 실전에서 검증이 안 됐다. 영입을 결정할 때부터 포수로 마이너리그에서 300경기 이상 출전했다는 걸 알았으나,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포수 활용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외국인 포수는 낯설었다.
그러나 로티노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밴헤켄의 7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이끌어 냈다. 도루를 허용하고, 송구 실수이 있으나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띄는 포구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안방을 지켰다. 4월 16일 LG 트윈스전. 포수로 두번째 선발 출전한 로티노는 밴헤켄의 6⅓이닝 5안타 무실점 호투를 이끌어 냈다. 7연승을 이끈 완벽투였다.
아무래도 한국야구 3년차인 밴헤켄이 리드를 할 수밖에 없다. 히어로즈 관계자에 따르면,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올 때가 많다. 로티노가 사인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해프닝도 있었다. 16일경기 때 로티노가 사인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해 타임을 요청했는데, 구심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밴헤켄이 투구동작에 들어갔다가 멈칫하면서 보크가 됐다.
사실 로티노 카드는 주전 포수 허도환의 일시적인 허리 통증, 백업 포수 박동원의 부진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팀 내 포수 상황에 따라 염경엽 감독도 말 바꾸기를 했다.
염 감독은 시즌 개막에 앞서 "로티노가 포수로 출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허도환이 등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박동원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로티노에게 포수 훈련을 지시하면서 "유사시에 포수로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선발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로티노는 임시 포수가 아닌 밴헤켄의 전담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포수로서 로티노의 능력이 쓸만하다는 뜻이다.
 |
2014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1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포수 로티노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4.16/ |
|
로티노에게 포수 출전이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개막전부터 주로 좌익수로 나선 로티노는 극심한 타격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뛰어난 홈 송구도 선보였지만, 어이없는 외야 수비 실수도 있었다. 히어로즈 타선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중심타선 진입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주로 8번으로 나왔다. 외국인 선수가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2군 추락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선발 포수 출전을 전후해 타격까지 살아났다. 로티노가 선발 출전하면 1번부터 9번까지 완벽한 최고의 타선이 구축된다는 말이 나왔다. 허도환에 비해 타격이 좋다는 평가다.
밴헤켄은 브랜드 나이트와 함께 히어로즈의 주축투수.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먼저 밴헤켄에게 로티노와의 배터리 호흡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밴헤켄이 "누가 포수를 보든 상관없다"고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밴헤켄-로티노 배터리가 탄생했다. 첫 경기에 이어 두번째 경기까지 결과가 좋아 당분간 로티노가 밴헤켄의 전담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는 "로티노의 포수 능력을 간과했던 것 같다. 국내 포수와 비교해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로티노는 밴헤켄의 전담포수에만 머물까. 역할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로티노는 "나이트가 던지는 공도 받아보고 싶다"며 최근 나이트의 불펜투구 때 포수 마스크를 썼다. 나이트는 2012년 부터 허도환과 짝을 이뤄 에이스 역할을 해 왔다. 로티노가 허도환의 영역을 살짝 침범한(?) 셈이다.
로티노가 당장은 국내 포수처럼 전천후 활약이 어렵겠지만 계속해서 입지가 넓어질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