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사의표명]무엇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했나

기사입력 2014-04-23 22:10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이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경기 중에 김 감독이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고, 김 감독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사퇴 의사를 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가 시작됐는데도 덕아웃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구단은 "감독 개인 사정으로 경기에 불참했다"고 현장에 알렸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감독이 사전 예고 없이 덕아웃을 비우는 일은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어려운 이이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 사령탑 시절에 자체 징계로 1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이 또한 미리 공표를 했다.

평소 스타일 그대로의 결정이었다. 자신이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결론을 내렸다면 무슨 일이든 질질 끌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게 김 감독의 스타일이다. 야구도, 평소 생활도 그랬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판단하면 우직하게 이를 밀고나갔다. 주위 얘기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개막 전, 주전 유격수 오지환을 2군에 보내 마음을 다잡게 한 것도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이 확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감독의 스타일을 볼 때 22일 삼성전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 것 같다. 이날 LG 선수들은 전원이 삭발을 하고 경기에 나섰지만 1대8로 완패했다. 김 감독이 가장 싫어하는 경기 내용이었다. 선수들이 삭발을 하며 의지를 다졌다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전혀 이기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 초중반 흐름이 상대쪽으로 넘어가려하자 경기를 포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패하면서 LG는 3연패를 당했다.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를 기록했다. 최하위로 처진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 경기를 본 후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LG 팀 분위기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삼성과의 3연전 직전에 치른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이 충격의 시작점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부터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3연전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스윕당했다. 이번 넥센과의 연전도 힘들지 모른다"며 마음을 비운 듯한 말을 했다. 포기를 했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상승세의 넥센과의 경기에서 힘을 쏟아붓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한화전에 총력을 쏟아부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LG는 넥센에 2패를 하는 동안 불펜을 최대한 아꼈다. 그리고 한화전에 티포드-류제국-우규민을 선발로 배치해 총력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1승 2패로 원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일 마지막 경기에서는 불미스러운 빈볼 논란까지 발생해 LG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말았다.


18일 한화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이긴 김 감독은 "6연패를 하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방에만 있었다"며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올시즌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다. 김 감독도 사령탑이기 전에 사람이다.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시즌 개막 전부터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타 구단에 비해 처지는 몸값의 외국인 선수들이 입단할 때부터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구단과 마찰은 크게 없었다. LG 백순길 단장은 현장에서 항상 김 감독의 편을 들어주는 스타일이다. 다만, 야구에 관심이 지대한 그룹 고위층을 통한 압박이 들어왔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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