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수의 컨디션이 매일 좋을 수는 없다. 그런데 직구 외에 주무기 1개만 있는 투수라면 어떨까. 더욱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NC의 토종에이스 이재학은 이제 조금씩 그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잘 나가다 한 번 무너졌을 때, 그 다음이 중요하다.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다시 상승무드를 탈 지 혹은 슬럼프에 빠질 지가 결정된다. 이재학 역시 기로에 섰다.
이재학은 헛스윙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체인지업을 던졌다. 헛스윙을 유도해야 한다는 식의 의식적인 피칭이 없었다. 그 결과 탈삼진은 2개에 불과했지만, SK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비켜가며 효율적인 승부를 펼쳤다. 109개의 공으로 8회까지 막을 수 있었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에 따라 변화를 택한 게 컸다. 이재학은 지난 등판 이후 최일언 투수코치로부터 "공을 때리지 못하고 밀어서 던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체인지업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하다 보니, 무리가 생긴 것이다.
|
이재학의 체인지업은 직구와 똑같은 스윙, 똑같은 팔 각도에서 나와 타자들을 어렵게 한다. 직구-체인지업의 극단적인 투피치임에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다. 직구와 똑같은 폼에서 똑같이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진다. 타자들은 스윙이 시작됐을 때, 마치 누가 공을 잡아당기는 듯 갑작스러운 변화를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체인지업에 의존하면서 이 장점이 사라질 뻔했다. 이재학의 직구 스피드는 지난해에 비해 떨어져있는 상태다. 최고구속이 이제 겨우 140㎞를 넘겼다. 구속 면에 있어선 장점이 없다고 봐도 된다. 지난해 이재학을 투피치로도 성공하게 만든 건 괜찮은 직구가 동반됐기 때문이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이에 대해 "지금 구속이 안 나오는 건 괜찮다. 5월이 되고 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눈에도 이재학이 체인지업으로 애쓰는 게 뻔히 보인다.
최 코치는 "지금 좋지 않은 컨디션에 어떻게든 선발로 긴 이닝을 끌고가려고 애쓰고 있다. 안 좋은데 6~7회를 막아야 하니 체인지업 비율이 높아지고 의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구와 체인지업 비율 자체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다만 체인지업을 살리기 위해 직구가 사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 코치는 "직구만 아웃코스로 넣을 수 있으면 된다. 재학이한테도 평소에 눈 감고도 직구를 아웃코스에 넣을 수 있게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직구 컨트롤이 안 되니 체인지업 위력도 떨어진 것이다. 직구와 체인지업이 다 맞아 나간다"고 했다.
이재학의 이날 컨트롤은 한창 좋을 때의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족한 구속에도 공을 때리는 식으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니, 제구가 좋아졌다. 마운드에서 복잡한 생각도 지웠다.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진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최 코치는 이재학의 극단적인 투피치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날 이재학은 직구 계열의 공(투심 패스트볼 포함)을 33개 던졌는데, 체인지업은 무려 67개나 던졌다. 슬라이더는 단 3개에 불과했다. 투피치를 넘어, 직구보다 주무기인 변화구 하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 코치는 "언젠간 구종 추가를 해야 한다. 사실 재학이는 다른 공도 던질 줄 안다. 하지만 실전에서 자신감이 없어 던지지 않는 것 같다. 투심 패스트볼도 싱커성으로 떨어지는데 지금 안 좋으니 평범한 직구처럼 간다. 그래서 많이 던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좋다고 해서 계속 안 던지면 그냥 지금 그대로의 투수가 되는 것이다. 안 좋은 공도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피치로도 통하기에 아직 큰 문제는 없지만, 레퍼토리를 추가한다면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헤쳐나갈 줄 아는 방법을 깨달아가고 있는 이재학, 그의 다음 진화가 궁금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