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혼자 한국시리즈 한 것 같았어요."
이날 박명환은 총 여섯 타자를 상대했다. 3볼넷 2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32개였다.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제 다시 첫 걸음을 내딛은 박명환에겐 소중한 1이닝 무실점 기록이었다.
전날 등판 상황에 대해선 "나 혼자 한국시리즈를 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4년만에 마운드에 오르니, 긴장도 되고 많이 낯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스피드가 많이 나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감독님께서 감을 잡으라고 계속 던지도록 배려해주셨다"고 말했다.
박명환은 전날 등판에서 슬라이더의 감을 찾은 걸 최고의 수확으로 꼽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도 과거 LG에서 볼을 받았을 때와 비교해 "슬라이더는 여전히 최고"라고 말할 정도였다.
박명환은 "스프링캠프, 그리고 2군 경기 내내 슬라이더의 감을 못 찾았다. 어제 그걸 찾은 느낌이 들었다. 커브나 체인지업도 준비했지만, 여유 있는 상황에서 던지게 될 것이다. 아직 시즌은 3~4개월 남았다. 다른 구종도 잘 배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박명환을 상징하는 공이다. 전날 한국프로야구 통산 5번째로 1400탈삼진을 잡은 구종 역시 슬라이더였다. 그동안 수많은 타자들이 박명환의 슬라이더에 속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명환은 "부상도 있었고,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던지고 싶은 슬라이더를 못 던졌다. 그런데 어젠 구속이나 떨어지는 각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그동안 힘든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박명환은 "정말 절실했다. 어제 같은 경기는 절실함이 있었다. 마지막 공은 밀어내기나 홈런 같은 모든 상황을 다 생각했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지난 4년간의 시간에 대해선 "야구를 놓을 뻔 했다. 너무 지쳐있었다. 아픔과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던져도 아프지 않다. 희망이 있다. 그 시간을 잘 견뎌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박명환은 김경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방출된 나에게 기회를 안 주셨다면 이런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다. 팀에서도 재기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감독님께서 6월까지 기다려주셨고, 2군에서 많이 맞았는데도 4년만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