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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삼성 필승계투조의 핵심이다.
14일 대구 삼성-두산전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이 갑자기 벌어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피처들의 맞대결.
결과부터 보자. 차우찬은 4이닝동안 65개의 공을 뿌렸다. 3피안타 2실점. 7회 고영민 장민석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심창민과 교체됐다. 결국 후속 투수들이 점수를 내줘 2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두산의 강타선을 맞아 3회부터 6회까지 무실점. 제 역할을 완벽히 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적재적소에 사용한 커브였다. 5회 2사 주자없는 상황. 1B 2S에서 115㎞ 커브를 던졌다. 이날 2안타를 뽑아내며 타격 컨디션이 좋았던 장민석은 완벽히 허를 찔리며 스탠딩 삼진.
6회 차우찬의 커브는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1사 이후 김현수의 1루수 앞 평범한 땅볼을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그리고 위기가 시작됐다. 칸투에게 빗맞은 우전안타를 맞은 뒤 홍성흔에게 볼넷을 허용, 1사 만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차우찬의 공을 효과적으로 커트했다. 1B 2S에서 6구째. 차우찬은 116㎞ 커브를 던졌다. 높았지만, 예상외의 커브 승부에 양의지는 타이밍을 완전히 잃었다. 결국 유격수 플라이로 허무하게 아웃. 차우찬의 과감한 느린 승부가 빛을 발하는 순간. 그리고 곧바로 다음 타자 이원석의 초구에 114㎞ 커브를 스트라이크로 집어넣었다.
이원석은 배트를 돌리지 못하고 쳐다봤다. 결국 이 커브가 이원석의 뇌리 속에 남았다. 이원석은 8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했다. 하지만 끝까지 남아있던 커브에 대한 잔상 때문에 결국 높은 패스트볼에 헛스윙, 삼진아웃이 됐다. 절체절명의 1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차우찬의 핵심은 커브였다.
노경은은 3⅓이닝 5피안타 1볼넷 2실점을 했다. 총 57개의 공을 던졌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최대한 빨리 컨디션을 되찾아 노경은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길 바란다"고 했다. 마땅한 대체 선발이 없는 두산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이날 경기만 놓고 보면 노경은은 2% 부족했다. 기록이 문제가 아니라 경기내용이 그랬다.
선발진에서 이탈할 때 노경은의 문제점은 복합적이었다. 일단 2년 연속 많은 이닝을 소화한 그의 미세한 구위저하가 지적됐다. 2012년 146이닝, 2013년 180⅓이닝을 소화했다. 노경은 스스로도 "2회가 지나면 힘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상체 위주의 투구와 불안정한 제구력 때문에 약간의 구위저하는 많은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두산 권명철 투수코치는 "좀 더 하체를 쓰게 하려 한다. 그리고 볼을 릴리스할 때 좀 더 중심을 굳건하게 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문제는 실전에서 미세한 구위저하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사실 지금 노경은의 구위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이날도 투심 패스트볼의 최고시속은 150㎞. 꾸준히 포심 패스트볼은 145㎞ 이상의 구속이 나왔다. 때문에 여전히 삼성 타자들은 노경은의 투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문제는 주자가 출루했을 때다. 4회 위기를 맞았다. 김상수의 빗맞은 3루수 앞 땅볼이 내야안타가 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나섰을 때 노경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커트를 당하고, 볼넷을 내주면서 주자가 쌓인다. 모든 구종이 강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은 위력만 놓고 볼 때 리그 최정상급이다. 하지만 타자들이 맞추는 타이밍은 비슷하다. 즉, 완급조절이 능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악순환들이다. 위기를 맞으면 그의 선택은 더욱 단순해진다. 결국 결정적인 적시타를 허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우르르 무너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지난 시즌 두산 김진욱 감독은 노경은에게 커브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 부분은 일리있는 지적이다. 여러가지 이점이 있다. 상체 위주로 생기는 투구 밸런스의 흐트러짐. 커브를 던지면서 그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리고 타자와의 수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구종이 다양해지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노경은이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는 결정적인 계기였던 8일 목동 넥센전에서 서건창에서 높은 커브를 던지다 안타를 허용했다. 결국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후 타자와의 맞대결에서 커브 구사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넥센 타자들은 제구력이 심하게 흔들린 노경은의 공을 더욱 완벽하게 예측, 수월하게 커트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맞대결을 펼친 차우찬의 커브구사는 노경은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날 노경은이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57개의 투구 중 두 개의 커브를 던졌다. 115㎞ 안팎의 구속. 여전히 노경은 부활의 핵심은 효과적인 완급조절이다. 그 중심에는 커브가 있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