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백업포수 이성열, 선 감독에게 "배트주세요" 외친 까닭

기사입력 2014-06-24 21:22


넥센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2014 프로야구 경기가 19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1회 넥센 이택근의 강습타구에 허벅지를 맞았지만 고통을 참고 7회까지 119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버틴 양현종이 이성우 포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6.19/

"감독님, 저도 배트 좀 주세요."

KIA 타이거즈 선동열 감독은 통이 크다. 2012년 KIA에 부임한 이후 종종 선수들에게 자비로 배트를 선물해왔다. 시기는 일정치 않다. 스프링캠프 때나 시범경기, 또는 시즌 개막 후에도 꽤 여러번 '배트 보따리'를 풀었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에 인연을 만든 지인이 한국에 올 때마다 고급 배트를 수십 자루씩 공수해왔다. 자루당 약 20만원에 해당하는 꽤 고가의 배트다. 선 감독은 이걸 선수들에게 주며 격려와 함께 선전을 부탁하곤 했다. 현재 KIA 선수들 대부분은 최소 한 두 차례 정도씩 선 감독에게 배트 선물을 받아봤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도 있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거나 아니면 매우 오랜만에 1군에 온 선수들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포수 이성우였다. 이성우는 지난 12일에 백용환이 2군으로 가면서 처음 1군에 올라왔다. 이성우는 이후 팀의 주전급 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복귀 첫 경기인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는 등 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수비력은 현재 1군 포수로 있는 차일목보다 낫다는 평가다.


29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인 2014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에 앞서 KIA 선동열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29.
이런 이성우가 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돌연 덕아웃에 앉아 선수들을 지켜보던 선 감독의 앞으로 다가왔다. '차렷'자세로 우뚝 선 이성우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더니 갑자기 한 마디 했다. "감독님, 저도 배트 좀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꼭 한자루 주세요."

선 감독은 이성우의 이런 돌발 발언에 껄껄 웃으며 "야, 그러고는 싶은데 이제 남은 게 없어. 다음 번에 너한테 제일 먼저 줄테니 이번에는 좀 참아라." 이성우는 그제야 씩 웃으며 그라운드로 연습하러 뛰어나갔다.

이성우가 갑자기 선 감독에게 배트를 달라고 한 이유는 이날 경기에 앞서 선 감독이 몇 자루의 배트를 풀었기 때문. 선 감독은 "아까 감독실에 보니까 배트가 몇 자루 남았길래 타격 코치에게 알아서 선수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 아마 이성우는 못 받았아서 나에게 달라고 왔나보다"라며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사실 확실한 1군 주전이 아닌 위치에 있는 이성우가 선 감독에게 직접 와서 무언가를 부탁하는 장면은 매우 어색하다. 그러나 선 감독은 올해부터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오히려 이성우처럼 넉살좋게 다가와 말을 걸면 한층 더 친근하게 대답을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선수들 역시 "감독님과 말을 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성우도 원체 넉살이 좋긴 하지만, 이런 선 감독의 변화를 알고 있었기에 와서 애교섞인 부탁을 한 것이다. 물론 소득은 있다. 선 감독은 "이제 곧 지인이 한국으로 배트를 가져다 준다고 했다. 그때는 이성우부터 좀 챙겨줘야겠다"고 말했다. 일본산 배트가 선수들과 선 감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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