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첫 올스타 최경철 "내게도 이런 날이..."

기사입력 2014-07-10 07:34



"제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몇몇 베테랑 선수들, 스타 선수들에게 묻고 싶다. 올스타전이 과연 당신에게 무슨 의미냐고. 2014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된 한 베테랑 선수는 "몇 번째 출전인가"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라는 대답을 퉁명스럽게 한다. 어떤 선수들은 오랜만에 푹 쉴 수 있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다른 지방으로 이동해 경기를 뛰고, 팬서비스에 임해야 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하기도 한다. 물론, 정말 출전 횟수가 많아 정확한 출전 횟수를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올스타전에 나설 정도의 선수들이면 한 팀에서 주축 선수들이다. 전반기 내내 경기에 뛰어야 했다. 정말 힘들 수 있다. "팀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올스타전은 꼭 해야 하지만, 꼭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벤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올스타전 무대가 정말 인생의 목표이고 꿈인 선수들도 있다. 이들에게 팬투표를 통한 베스트 11은 사치다. 감독 추천선수라도 꿈의 무대를 밟고 싶다. 팀의 주전, 그리고 인기를 끄는 스타급 선수들이 아니라면 평생 한 번 나가기도 힘든게 올스타전이다.

LG 트윈스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이 감격의 무대를 밟는 선수가 있다. 포수 최경철이다. 2003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니 정확히 12년 만에 올스타 선수가 됐다. 최경철은 9일 발표된 웨스턴리그(LG, NC, KIA, 넥센, 한화) 감독추천 선수로 최종 선정됐다. 웨스턴리그 감독이 소속팀 LG의 양상문 감독이라서 뽑혔다? 아니다. 베스트 11로 뽑힌 NC 다이노스 김태군 외에 다른 포수가 있어야 경기가 운영된다. 김태군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을 살펴보니 최경철의 성적이 여러모로 가장 좋았다. 또, 넥센 히어로즈 포수 허도환도 함께 뽑혔기에 최경철의 선발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물론, '올스타 최경철'이라는 문구가 어색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 아니라면, 지난해까지 그의 이름을 아는 팬은 많이 없었다. 데뷔 후 만년 백업 선수였다. SK에서 넥센으로, 그리고 지난해 LG로 트레이드 됐다. 백업 포수가 필요한 팀들이 그를 찾았지만, 그의 역할은 딱 백업일 뿐이었다. 1군과 2군을 왔다갔다 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올시즌 인생 최고의 기회를 잡았다. 주전 윤요섭, 백업 최경철 체제로 시즌을 시작한 LG였지만 윤요섭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재활군에 내려가며 최경철에게 기회가 왔다. 원래 포수로서의 수비 능력인 인정받고 있었다. 경기 출전이 늘어나며 투수 리드와 수비에서는 자신감이 생겼다. 약점인 타격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타율이 2할 초반대에 그친다. 하지만 그가 처낸 안타가 35개인데 타점이 20개(9일 기준)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위 타순에서 자신에게 찬스가 오면 어떻게든 득점으로 연결 시키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득점권 타율도 2할6푼1리로 크게 나쁘지 않다.

올스타전 출전 최종 확정 멤버는 9일 발표됐지만, 양 감독은 사실 LG 야수 중 감독 추천선수들의 명단은 7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결정을 했었다. 최경철과 이병규가 최종 낙점됐다. 경기를 준비하던 최경철에게 "축하한다"라는 말을 건넸다. "무슨 말인가"라는 답이 돌아오자 올스타전에 나가게 됐다는 사실을 귀띔해줬다. 최경철은 "정말인가"라고 몇 번이고 되물었다.

최경철은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라며 감격에 찬 표정이었다. 그동안 힘들게 야구를 했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최근 많이 지친 것으로 안다. 올스타전도 좋지만 쉬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고 묻자 힘든게 대수냐는 듯 "올스타전인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경철이 올스타전에서 몇 이닝을 뛸 지는 모른다. 뛰는 시간이 길지는 않을 듯 하다. 하지만 1분을 뛰든, 1초를 뛰든 최경철은 인생 최고의 무대에서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게 됐다. 자신이 올스타로 선정됐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격스러워하는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선수들이, 자신이 올스타로 선정됨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각자의 마음 속에 품고 경기에 임해준다면 한층 풍요로운 올스타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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