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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면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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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18일 올스타전을 앞두고 공식 은퇴식을 치렀다. 이미 그는 20개월 전인 2012년 11월, 그는 조촐한 은퇴 기자회견으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이자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의 위업을 달성한 박찬호의 은퇴를 알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선수협 후배 선수들이 나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그런 움직임에 공감을 표시하며 올스타전에 박찬호의 은퇴식을 치르기로 전격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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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슬프다. 뭔가 떠나는 기분이 든다. 2012시즌 마지막 등판 때 나 혼자서는 '이게 마지막 경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실제 현실이 됐다. 이후 20개월 동안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기도 했다. 오늘 이 자리가 단지 공 한 개만 던질 수 있는 기회였지만, 계속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쨌든 영광스럽고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후배들이 나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준게 큰 영광이고, 더불어 후배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줘야 할까 하는 책임감이 든 자리였다. 야구계에 의와 예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NC 김경문 감독이 시구를 받았는데
"내가 부탁을 드렸다. 김 감독님은 내가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을 주신 분이다. 공주 출신이시기도 했고, 미국 시절에도 힘든 시기에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멀고 높은 선배님이셨는데, 다정하게 다가와 용기를 주셨다. 후배들이 만들어준 자리에서 선배님이 마지막 공을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감사드린다"
2012년 겨울 은퇴식 이후 어떻게 지냈나
"훈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예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에 고생했을 때 심리치료를 받았는데 그때 상담의가 '아무리 힘들어도 나중에 은퇴하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더 힘들거다'라는 말을 했다. 그게 이제야 이해되더라.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내일 다시 홈런을 맞고 망가질 지언정 현역 선수라면 희망이 있다. 그러나 은퇴하면 그런게 없어진다. 그래서 계속 해서 뛰고 또 뛰었다. 한화가 작년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공도 던져보곤 했다. 화려한 현역을 보낸 선수들이 은퇴 후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골프를 배우면서 집중하다보니 치유가 됐다. 역시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국내에서 전시회와 책 출간. 야구교실 등 많은 일을 했다. 올해는 미국에 들어가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가사를 돕는 데 매진하고 있다. 나름 새로운 공부와 느낌들을 많이 갖게 됐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계획인가
- 책임감이 엿보인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많은 분들이 여러가지 일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더 준비해야하지 않나하고 생각한다. 한국야구가 언젠가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아시아에서 한국야구에 주목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 선수들과 교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스태프로 복귀할 계획은
"감독이나 코치는 무척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보통 준비해서는 잘 하기 어렵다. 더 많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하다. 아직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더 다양한 분야들이 따로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류현진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내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한국 선수가 미국에 진출하는 문을 열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느데 그게 책임감이자 부담감이었다. 포기할 수 없고, 안주할 수 없던 이유다. 그런데 류현진은 한국야구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앞으로 아시아야구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본다. 나보다 한국야구에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한국 야구의 (미국진출) 문을 열었다면, 류현진은 한국야구 수준의 새 문을 열었다. 내가 문을 열었다지만 이후 성공한 후배가 없었다면 그 문은 낡아 없어졌을 것이다. 류현진이 그걸 잘 이어줬다. 지금처럼만 계속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