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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갈 때일수록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야구에서도 당연히 통하는 말이다. 눈앞의 승리에 도취되는 순간, 길고 긴 레이스의 승리와는 멀어지게 된다. 누구나 아는 명제지만, 실제론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팀당 128경기의 장기레이스에서는 이 간단한 진리를 잊지 않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단 미팅을 잘 소집하지 않는다. 전체 미팅을 소집하는 건 팀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푹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NC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첫번째 메시지였다. 개인 타이틀 도전에 앞서 팀이 우선이다. 경기 초반 분위기가 좋은 상황, 대량득점으로 이어가 초반부터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도루자가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그것도 2루도 아니고, 3루 도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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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투수 교체 때도 계속 해서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날 NC는 무려 11개의 4사구를 범했다. 투수들의 잦은 4사구는 자멸의 지름길이다. 감독들이 제구가 안 되는 것보다 더 싫어하는 건 도망가는 승부다.
결국 이튿날 투수 3명이 2군행을 통보받았다. 볼넷은 없었지만 2안타를 허용하며 좌타자 둘을 막지 못한 좌완 불펜 문수호를 시작으로, 연장 10회말 무기력하게 볼넷 2개씩을 내주며 패배를 허용한 고창성과 박명환도 2군행을 피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커리어가 짧은, 어린 투수들이 볼, 볼, 볼 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험 많은 베테랑 투수가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고 볼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프로가 아니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지더라도 맞고 지는 게 낫다는 것이다. 4시간 59분의 혈투, 4연속 볼넷으로 인한 패배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NC는 23일 경기에서 8대4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하지만 9회말 실책 3개를 범하면서 3점을 헌납했다. 쉽게 끝낼 수 있는 경기에서 투수를 더 허비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오늘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웠다.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타자 김태완을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전날 부진을 만회한 이민호에겐 "민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승리에도 '경험'을 강조했다. 모두 실수를 거울삼아 한 단계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NC 선수단은 김 감독의 메시지를 통해 성장해왔다. 후반기 남은 경기에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