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대만 쪽으로 굳어지나 싶었다. 대만이 금메달을 향한 7부 능선을 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거대한 산이 나타났다. 한국의 필승계투조, 안지만(31)이었다.
|
분위기는 완전한 대만의 흐름이었다. 대만의 좌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대만과의 예선전 때 투구수를 조절해준 좌완 양현종이 7회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지만, 2루타와 안타를 맞고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안지만에게는 익숙한 위기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수년째 필승계투조 역할을 했다. 홀드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올시즌 역대 최초 3년 연속 20홀드 기록을 세웠고, 역대 최소경기 20홀드(35경기) 기록도 세웠다. 우완투수 최초로 100홀드를 달성한 안지만은 아시안게임 전까지 133홀드로 통산 최다 홀드 1위를 기록중이다.
첫 타자를 가뿐히 삼진으로 돌려 세운 안지만은 린쿤셩에겐 변화구로 승부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판즈팡마저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안지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팀 타선이 4득점하며 6-3으로 역전한 8회, 방심해서는 안 되는 순간. 안지만은 세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천핀지에를 스탠딩 삼진으로 잡은 뒤, 린한을 포수 땅볼, 궈옌원을 헛스윙 삼진올 돌려 세웠다. 최고 150㎞에 이르는 강속구. 있는 힘껏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여섯타자를 책임진 안지만은 사자처럼 포효했다.
안지만의 역투가 없었다면, 대만이 그대로 흐름을 가져갔을 것이다. 올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안지만, 국가대표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경기 후 안지만은 "지고 있는 상황에 올라 큰 부담감은 없었다. 올라가서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팀에서도 맡고 있는 역할이 중간에서 점수를 최대한 안 줘야 하는 역할이다. 대표팀에서도 점수를 무조건 안 줘야 하고 막아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기에 무조건 점수를 안 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과 야구 팬들 모두 점수 안 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 믿음을 줬기 때문에 잘 던진 것 같다. 또 내 뒤에 7명의 믿음직한 투수들이 있어 잘 던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