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잃은 KIA, 마무리훈련 첫날 표정 어땠나

기사입력 2014-10-26 15:29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이 자진 사퇴를 발표한 이튿날인 2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 선수단이 2014년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사퇴한 감독을 대신해 한대화 수석 코치(가운데)가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훈련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어쨌든 동요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하자."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의 하늘에는 파란색 도화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10월 26일의 가을 하늘. 마침 따사로운 햇살까지 내리쬐었다. 늦가을답지 않은 쾌청하고 포근한 날씨. 한 마디로 '야구하기 딱 좋은' 그런 날이다. KIA 타이거즈 선수단의 마무리 훈련 첫 날은 그렇게 시작됐다.

하지만 그라운드에 모인 KIA 선수들의 표정에는 구름이 끼어있었다. 따스한 햇볕이 무색하게 위축된 몸짓과 굳은 표정. 이유가 있었다. 호기롭게 선수단의 마무리 훈련을 지휘해야 할 사령탑이 없었기 때문이다. 불과 일주일전 구단으로부터 2년간 재신임을 받아 2016년까지 팀을 이끌 예정이던 선동열 감독은 이날 챔피언스필드에 나오지 않았다.

재계약 발표 후 쏟아진 팬들의 비난이 가족의 휴대전화에까지 찍히고, 아내가 충격에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지자 결국 선 감독이 전날 자진 사퇴를 발표한 탓이다. 선 감독은 전날 직접 차를 몰고 고향 광주로 내려와 허영택 단장과 오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선 감독은 "제가 물러나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간곡히 만류하던 허 단장도 울먹이는 선 감독을 끝내 잡지 못했다. 선 감독은 그렇게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선 감독의 빈자리는 임시로 한대화 수석코치가 맡았다. 한 수석은 마무리 훈련 첫 날 선수들을 그라운드에 불러모은 뒤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이 이렇게 떠나게 되셔서 각자 마음이 무겁겠지만, 일단은 동요하지 말고 야구에만 집중해라. 지금은 그게 너희들 할 일이다."

이날 그라운드에 모인 선수들은 29일 일본 휴가시로 마무리 캠프를 떠나는 1.5군 멤버들이었다. 선수들은 한 수석의 말이 끝난 뒤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2014년 첫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한 수석은 "앞으로 어떤 분이 감독으로 오실 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내게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예정된 대로 훈련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선수들을 다독이겠다"면서도 "그래도 감독의 공석으로 어려운 점이 꽤 많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KIA 선수들은 대부분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는 지 모르겠다. 우리 선수단이 힘이 없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KIA는 29일 일본 휴가시로 1.5군 위주의 총 39명 선수단이 마무리 훈련을 위해 떠날 예정이다. 원래 40명이었으나 선 감독이 제외돼 39명이 됐다. 내부적으로는 마무리 훈련 출발일 이전까지 새 감독 선임을 완료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대세를 이룬다. 그래야 새 감독이 마무리 훈련부터 선수단을 이끌어 원활하게 2015시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현실화될 지는 미지수다. 불과 사흘 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데다가 감독 인선 작업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 KIA 허영택 단장은 이날 서울로 향했다. 구단 고위층에 팀의 현 상황과 감독 후보군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과연 KIA가 마무리 캠프 출발 전까지 새 사령탑을 선임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어떤 인물을 데려올 지 관심이 집중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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