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들의 무덤' KIA 타이거즈에서 또 한 명의 감독이 낙마했다.
예견된 선동열 감독의 낙마
KIA 팬들은 전임 조범현 감독이 2009년 팀에 통산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지만, 그의 팀 운영 방식은 무척 싫어했다. 2010년 시즌 중 16연패를 당했을 때 퇴진 여론은 절정에 달했다. 조 전감독에 대한 인격 모독성 비난까지 쏟아졌다.
이어 2011년 팀이 전반기 1위를 달리다 후반기에 4위로 내려앉자 퇴진 여론이 다시 들끓었다. 결국 준플레이오프에서 SK 와이번스에 1승 뒤 3연패로 탈락한 뒤 KIA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조 전감독을 사실상 경질하고 선 감독을 모셔왔다.
하지만 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3년(2012~2014) 동안 KIA는 '5위-8위-8위'로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자 KIA 팬들은 '고향의 영웅'으로 여겼던 선 감독을 냉정히 외면했다.
그런데 KIA 구단은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한다. 3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팬심을 반영하지 못한 채 선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KIA 팬들은 당연히 지난 3년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근거로 구단과 선 감독을 비난했다. 뒤늦게 선 감독이 구단을 통해 자필 사과문을 KIA 홈페이지에 올렸지만, 오히려 여론은 악화됐다. 한 팬은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본사 앞에서 선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지역 언론을 통해 선 감독이 선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러자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심지어 선 감독의 가족까지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명예회복을 노리던 선 감독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자 사퇴를 결정했다.
|
이런 일련의 사태가 불과 6일 만에 벌어졌다. 구단 측은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건 지나치게 순진한 변명이다. 대기업의 타이틀과 '한국시리즈 최다우승 명문팀'의 간판을 단 구단이라면 이런 운영 방식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감독 선임은 구단 고유의 권한임이 틀림없다. 또한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한국 프로야구단의 특성상, '감독 선임'에 관해서 구단 최고위층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는 프로야구 구단 중에서 가장 열성적이고, 행동력 강한 팬을 보유한 구단이다. 이미 앞서 수 많은 감독들이 '성적 부진'에 분노한 팬들의 비난 여론에 부딪혀 낙마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프런트에서 선동열 감독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동향을 최고위층에 강력하게 보고했어야 했다. 현실적으로 이 방법이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차선으로 선 감독이 시즌 종료 시점에서 용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득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재신임 발표는 무리수였다.
이미 시즌 후반부터 야구계에서는 '선동열 감독 유임설'이 상당히 폭넓게 퍼져 있었다. 구단 최고위층이 지지한다는 말도 나왔다. 냉철한 프런트라면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의 예상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대비책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KIA 프런트는 과연 프로세스를 진행했을까. 재계약 발표 후 불과 6일 만에 선 감독이 스스로 물러난 과정을 보면 상당히 회의적이다. KIA 구단은 너무나 수동적이었다. 늘 끌려다니기만 하면서 심각한 위기 관리 능력 부재를 드러냈다.
지난 19일 감독 재계약을 발표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도중이었다. 이건 '가을잔치'에 대한 '업계'의 예의가 아니다. 윗선에서 내려온 결정을 그대로 발표한 탓이다. 또 비난 여론이 달아오르자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도 선 감독 본인이었다.
그러나 비난이 계속 커지자, 결국 선 감독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했다. 구단은 선 감독을 끝내 설득하지 못하고 25일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또, 준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 도중이었다. 도대체 KIA 구단이 어떤 운영 철학을 갖고 움직이는 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