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리'. 말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늘 '의리'를 외치면서도 뒤에서 배신의 모닥불을 피우는 게 흔한 세상의 이치다.
때문에 구로다의 몸값은 1800만달러(198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구로다는 이런 제안을 고사하고 친정팀 히로시마 카프로 돌아갔다. 지난 27일 연봉 4억엔(약 37억원)에 히로시마와 1년 계약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구로다는 '친정팀' 히로시마와의 의리를 생각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일본으로 돌아가 히로시마에서 보내겠다"던 약속을 지킨 것이다.
|
류현진과 윤석민 그리고 강정호는 각자 소속팀과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스타들이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또 프로 데뷔후 계속 한 팀에서만 뛰어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래서 이들의 이름 옆에는 늘 소속팀의 이미지가 함께한다. 류현진과 한화 이글스를 떼어놓을 수 없고, 윤식민은 영원한 KIA의 에이스로 여겨진다. 강정호 역시 히어로즈의 심장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강정호의 경우 소속구단이 해체와 인수 등을 거쳐 현대 유니콘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까지 바뀌었지만, 정체성은 한 팀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승승장구한 뒤에 현역의 마무리를 각자 친정팀에 돌아와 보내는 것이 팬들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보답이 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을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모양이 결코 개인에게도 손해가 아니다. 이미 구로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구로다가 비록 당장은 금전적인 손해를 본 것 같지만, 그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는 명예,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는 향후 어떤 형태로든 구로다에게 돌아올 것이다.
사실 국내에도 이런 사례는 있다. 약간 모양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박찬호가 고향팀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의 마지막을 보낸 것이다. 박찬호는 2011년말 한화와 계약하며 연봉을 당시 신인 최저선인 2400만원만 받았다. 상징적인 계약이었다. 박찬호는 구단에 연봉을 위임했고, 구단은 상징적인 돈만 지급한 뒤 박찬호의 이름으로 6억원의 야구 기금을 내놨다. 박찬호는 2012년부터 2년간 한화에서 뛰면서 현역의 마무리를 국내 팬 앞에서 아름답게 장식했다. 더할나위 없이 위대한 현역의 마무리였다. 박찬호와 구로다의 선택은 분명 현재 한창 활약 중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랫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후에는 친정팀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려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