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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필승조 정찬헌(25)은 21일 목동전에서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함께 기록했다. 박병호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았고, 박동원에게 끝내기 스퀴즈 번트를 내줬다. LG는 3대4로 역전패, 3연승 행진이 끊어졌다.
정찬헌의 속마음을 감안할 때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이 봐줘도 음주까지다.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걸 자책하면서 술 한 잔을 기울일 수는 있다. 또 22일은 휴식일이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올해 1월 시무식에서 음주에 대한 얘기를 강조했다. 시즌 중간에 코칭스태프가 금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선수들에게 간접적으로 자제를 부탁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양 감독은 별도의 자리에서 "맥주 한두 잔까지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고 여유를 주었다. 다음날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까지 가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했다. 음주운전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정찬헌은 사령탑의 당부를 결과적으로 발로 차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양상문 감독이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양 감독은 정찬헌을 무척 아꼈다. LG의 미래 마무리 투수라고 치켜세웠다.
그랬던 정찬헌이 LG 구단과 양 감독을 이번 시즌 가장 큰 위기에 빠트렸다. 정찬헌은 이번 시즌 3승6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5.52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A급은 아니지만 구위는 위력적이다.
정찬헌은 이번 사고로 3개월 출전 정지 및 벌금 1000만원의 구단 중징계를 받았다. 앞으로 KBO로부터 추가 징계 가능성도 높다. 사실상 이번 시즌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 당분간 자숙의 시간이 불가피하다.
현재 LG 선수 구성상 정찬헌의 빈자리를 대신 메워줄 선수는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틸 수는 있다. 하지만 LG 중간 투수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다.
LG는 22일 현재 30승1무38패로 9위다. 지난 5월초 7연패로 9위가 된 후 한달 이상 고전 중이다. LG는 지난 15일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과 외국인 선수 교체(한나한 퇴출, 히메네스 영입)를 동시에 단행했다.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결단이었다. 이후 1패 뒤 3연승 그리고 1패를 했다. 조금씩 상승세의 발판이 마련되는 쪽으로 흘렀다. 정찬헌은 그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 사회에선 아들이 사고를 치면 부모가 고개를 조아린다. 프로스포츠에선 선수가 잘못하면 감독이 대표로 사과를 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이미 수 차례 봐왔다.
사고 당사자 정찬헌은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의 한마디를 남기고 뒷전으로 빠졌다. 양 감독이 "선수단을 잘못 관리했다"고 팬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