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 두산의 2015 KBO 리그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예정된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훈련을 펼쳤다. KIA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6.28/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종종 선수들에게 돌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질문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팀의 시즌 성적을 물어볼 때도 있고, 개인 타율이나 혹은 동료의 홈런 갯수를 물을 때도 있다. 사실 이런 질문의 목적은 '사실 확인'에 있지 않다. 김 감독이 팀 성적이나 선수들의 타율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그 질문을 통해 해당 선수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체크하고,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정신 재무장을 이끌어내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김 감독의 '돌발 질문'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둔 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도 이어졌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팀 훈련 때 배팅 케이지 뒤에서 선수들의 타격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수시로 선수들을 붙들고 타격 지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박찬호에게 대뜸 "오늘자 우리 팀 승패가 어떻게 되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찬호는 거침없이 답을 했다. "네, 35승35패 승률 5할입니다"
김 감독은 이같은 일화를 직접 소개하며 흡족한 속내를 드러냈다. 박찬호가 단순히 정답을 이야기해서가 아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감독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잘 파악하고 준비를 해뒀다는 점이다. 김 감독은 "내가 가끔 그런 돌발 질문을 한다는 걸 알고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는 게 대견한 거 아닌가"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 첫 번째 이유보다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했다.
김 감독은 "그렇게 감독 스타일에 따라온 것 보다 더 만족스러운 건 선수 개개인이 현재의 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승수와 패수, 승률을 머릿속에 두고 있다는 건 앞으로 팀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1군 전체 선수단 뿐만 아니라 2군 선수들에게도 다 만들어져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 감독이 강조하는 건 바로 '팀워크'다. 구성원이 하나의 통일된 목표점을 위해 같은 의식으로 나아가는 형태야말로 김 감독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팀의 모습이다. 김 감독은 "야구는 1군 27명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1, 2군이 전부 같은 목표의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바를 공유할 때 진짜 힘이 생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현재 승률 5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다. 벤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 위를 지향할 수 있는 힘이 된다"면서 "이제부터 계속 위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의 '돌발 질문' 속에는 바로 그가 추구하는 '조직론'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