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1사 1,2루서 두산 민병헌이 좌중월 3점 홈런을 친 후 홈에서 기뻐하고 있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18.
부진하다가도, 정말 중요할 때 자신의 자리에서 활약해주는 선수를 우리는 스타로 인정한다. 두산 베어스 민병헌에게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역시 두산 3번은 민병헌이었다.
민병헌은 18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혼자 홈런 2방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팀의 7대0 완승을 이끌었다. 민병헌은 팀이 2-0으로 앞서던 3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 에릭 해커의 힘을 빼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어 팀이 4-0으로 리드하던 7회 승리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첫 번째 홈런은 밀어치고, 두 번째 홈런은 당겨치고, 자유자재였다.
이날 경기만 봐서는 역시 해줄 선수가 해줬구나 할 수 있겠지만,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와 연결지어 보면 사실 극적 반전이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 민병헌 때문에 고생했다. 1차전 3번타자로 나서 9회말 1사 만루 역전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며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2차전 6번 타순으로 강등돼 2안타 2볼넷 활약으로 데일리 MVP를 차지하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4차전 3번타순에 복귀하자 거짓말처럼 다시 침묵했다. 민병헌을 대신해 2, 3차전 박건우 3번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결국 선택은 민병헌이었는데, 터지지 않으니 김태형 감독으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4차전 기적의 대역전승이 아니었다면 두산은 3번 타순 때문에 5차전까지 갔다는 말을 들을 뻔 했다.
플레이오프 타순도 고민이 많았다. 결국 김 감독은 순리대로 가기로 했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앞으로는 되든 안되든 3번은 민병헌"이라고 못을 박았다. 민병헌도 새 무대에서 새 기분으로 새출발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민병헌은 경기 전 "마산 경기는 (구장 규모가 작아) 잠실 경기에 비해 긴장이 덜 된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그렇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분위기 뿐 아니었다. 짧은 펜스도 민병헌을 도왔다. 첫 번째 홈런 상황, 민병헌은 해커의 바깥쪽 높은 컷패스트볼을 툭 밀어쳤는데 예상외로 쭉쭉 뻗어나간 타구가 우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어떻게 보면 행운의 홈런. 이 홈런 한방으로 자신감을 찾은 민병헌은 7회 제대로 된 방망이 실력을 보여줬다. 김진성의 낮은 포크볼을 퍼올려 비거리 115m 완벽한 홈런 타구를 만들어냈다.
두산은 소득이 많은 1차전이다. 이겼다. 거기에 완승이다. 5차전까지 간다 해도 공포의 니퍼트가 있다는 것을 NC에 확인시켜줬다. 베테랑 홍성흔도 활약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3번 타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