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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통산 281경기에서 소화한 타석은 254타석. 통산 타율은 2할3푼8리. 내세울 것 없는 성적이다. A급 선수가 아니다. 올해까지 6시즌 동안 때린 안타도 고작 55개. 12볼넷을 얻었다. 하지만 득점이 많다. 베이스도 자주 훔쳤다. 86득점에 35도루. 주위에서는 그를 '전문 대주자'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그런 그를 반쪽 짜리 선수라 부른다. 결정적인 순간 잘하면 본전, 못하면 뭇매를 맞기도 한다. 백업 선수의 운명이다. 발을 내세워 야구하는 선수 감당해야 할 비판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56순위로 프로에 뛰어든 유재신. 8회부터 몸을 푸는 마무리 투수처럼, 클리닝타임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출격 준비를 하는 야구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살이 되는 유재신이 "언제까지 발로만 먹고 살 수 없다"며 야심찬 도전에 나섰다. '전문 대주자' 딱지를 떼기 위해 벌크업을 시작했다. 평소 살이 찌지 않아 고민이라던 그는 29일 전화통화에서 "나이가 먹으니 확실히 살이 찐다"고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시즌 뒤 목동구장으로 빠짐 없이 출근한 탓에 "요즘 몸 좋아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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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크업의 계기는 아버지, 절실함, 팀 구성원 변화다. 그의 아버지 유두열(59) 전 김해고 감독은 현재 신장암 투병 중이다. 지난해 9월 암을 발견했고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돼 수술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유재신은 "아버지가 늘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라. 타석에서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려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며 "내년에는 야구장에서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팀은 오프시즌 붙박이 주전 외야수 유한준이 FA 자격을 얻어 kt 위즈로 이적한 상태다. 여러 명의 선수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자리가 없다는 생각에 너무 안일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적당히 한 것 같다"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내년 시즌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도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에 많이 뛰고 싶다.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뛰는 부분은 주위에서 인정해 주신다. 그래서 다른 쪽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재신은 체중 증가에 따른 스피드 저하는 없을 것이라고도 단언했다. 유연성 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방으로만 살이 찌면 스피드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력을 키워서 살이 쪘기 때문에 스피드는 느려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캠프 전까지 몸을 더 잘 만들어 기술훈련에 돌입하겠다. 내년 시즌은 정말 내게 중요한 한 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서른 살 유재신의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