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한파, 모닥불 피운 한화 고치캠프

기사입력 2016-02-01 16:15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한화 이글스의 응원가 가사가 아니라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 등장한 드럼통 모닥불의 모습이다. 선수들의 투지를 차갑게 식히는 이상한파 때문에 고치 시영구장 곳곳에 모닥불이 만들어졌다.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친 1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한화 이글스 선수단이 드럼통 모닥불을 곳곳에 피워놓은 채 훈련에 임하고 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wman@sportschosun.com
한화는 지난해부터 일본 고치에서 약 한 달 정도 훈련한 뒤 오키나와로 옮겨 3월초까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뒤에 고치시가 새로운 훈련 캠프지로 등장했다. '고치 명예시민'인 김 감독은 과거 SK 와이번스와 고양 원더스 시절에도 고치를 캠프지로 활용한 바 있다. 이런 인연으로 한화에 부임한 뒤 김 감독은 또 다시 고치를 찾았다.

김 감독이 고치를 찾은 이유는 훈련 편의성 때문이다. 고치시 뿐만 아니라 고치현 차원에 스프링캠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기 때문. 그래서 한화는 시영구장과 동부구장 등 두 개의 메인 구장과 이에 딸린 보조구장, 내야 연습그라운드, 불펜 및 실내 타격연습장,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

그라운드 사용을 위해 일정을 조율하거나 미리 예약을 할 필요조차 없다. 캠프 기간(1.15~2.13)까지 고치 시내의 야구장 및 부속 시설은 사실상 '한화 전용'이나 마찬가지다. 그 덕분에 한화는 동시에 여러 곳에서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다. 또 필요에 따라 선수들을 임의대로 분배할 수도 있다. 김 감독 역시 전용 렌트차량을 이용해 수시로 이곳저곳의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원포인트 레슨을 하거나 직접 펑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 김 감독은 "이렇게 자유롭게 많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고치 말고는 없다"며 고치 스프링캠프의 장점을 설명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훈련 자유도와 시설 편의성을 자랑하는 고치 캠프는 날씨가 쌀쌀하다는 큰 단점이 있다. 한국 보다는 확실히 덜 춥지만, 미국 애리조나나 미국령 괌에 비하면 추운 게 사실이다. 물론 훈련 기간 내내 추운 건 아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한낮의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기온이 올라간다. 그러나 갑자기 하루 이틀씩 한파가 몰아칠 때도 있다.

1일 역시 그렇게 '하필 추운 날'이었다. 따뜻하고 화창했던 전날과는 달리 아침부터 잔뜩 먹구름이 드리운 채 기온이 급감했다. 오전 10시경에는 가는 비도 살짝 내렸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이로 인해 시영구장 곳곳에 드럼통 모닥불이 등장했다. 야구장 스태프가 드럼통과 땔감을 준비해 와 불을 피웠다. 선수들은 훈련 도중 틈틈이 모닥불을 쪼이며 한기를 달래거나 글러브를 덥혔다. 한 선수는 "지난해에 비해서는 덜 추웠는데, 오늘은 모처럼 정말 춥다"며 손을 비볐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치의 쌀쌀한 날씨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한화 캠프의 고민이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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