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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없었죠. 그 때를 후회합니다."
먼저 체형. 확 달라졌다. 얼굴도 몸도 날씬해졌다. 그렇다고 마른 느낌은 아니다. 몸이 탄탄하다는 인상을 확실히 줬다. 고원준은 "2014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없어 할 수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이번 스프링캠프 합류를 앞두고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캠프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치밀하게 짜온 훈련 목표대로 오차 없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팔꿈치도 아프지 않고, 컨디션도 좋으니 공이 안좋을라야 안좋을 수 없다. 고원준은 지난 11일(한국시각) 애리조나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오타니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며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의 구위도 좋았고, 커브와 싱커가 떨어지는 위치도 괜찮았다. 특히, 일본 교타자들을 상대로도 직구를 자신있게 찔러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원준은 "70~80% 정도의 몸상태에서 던진 경기다. 최고구속이 142㎞ 정도 찍혔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구속은 4~5㎞ 정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원준은 군 입대전 자신없는 투구를 했던 것을 돌이키며 "직구에 힘이 없으니 자꾸 맞아나갔다. 나도 모르게 변화구 승부를 고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팔꿈치도 좋지 않았다. 그렇게 군에 입대해 수술을 하게 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고원준은 "우리 4, 5선발 자리가 비어있어 나에게 좋은 기회라고 하는데, 방심하지 않는다. 우리 팀에 좋은 투수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 차근차근 열심히 준비해보겠다. 그리고 만약 기회가 온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응원도 하고, 비판도 하며 자신을 기다렸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다른 말 필요없다. 실력으로 보여드리는 수밖에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사실 고원준은 고졸 신인으로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을 때, 150㎞의 강속구도 좋았지만 다른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었다. 경기 초반 자신이 너무 못던져 한 이닝 수비 시간이 길어지자, 그라운드에 있는 동료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미안함을 표시했던 일이다. 그만큼 순박한 청년이었다. 그 청년이 일찌감치 인기를 얻고 유명세를 얻었다. 여기에 인기팀 롯데로 이적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순간 긴장의 끈을 놓았었다. 하지만 당시 아픔을 교훈으로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면 지금까지의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올해 26세다. 지금까지 야구를 할 날보다, 앞으로 야구를 할 날이 더 많은 고원준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