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선발공개와 양상문vs김성근의 신경전

기사입력 2016-03-28 17:01


"양보하겠습니다." vs "아니, 안해도 되는데…"

2016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은 4월1일이다. 하지만 '전쟁'은 벌써 시작됐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현장에서부터 치열한 수싸움과 지략 대결이 펼쳐졌다.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삼성전자홀에서 열린 2016 KBO리그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10개 구단 감독들을 가장 고민하게 만든 건 개막전 선발에 관한 공개 요청이었다. 사실 어떤 투수가 개막 선발로 나오는지를 보면 해당 팀의 선발 로테이션 전략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팬들도 함께 참여하는 미디어데이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 감독들은 선발을 공개한다.


2016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가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렸다. LG 양상문 감독과 류제국, 박용택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번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는 10개 구단 감독들과 두산 오재원-유희관, 삼성 박한이-차우찬, NC 이종욱-이재학, 넥센 서건창-김세현, SK 김강민-김광현, 한화 정근우-안영명, KIA 이범호-윤석민, 롯데 황재균-손승락, LG 류제국-박용택, kt 박경수-조무근 등 각 구단을 대표하는 20명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한 무대에 올라 올 시즌 각오와 함께 재치 있는 입담 대결을 펼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28/
그래서 8개 구단의 감독들은 모두 개막 선발 라인업을 발표했다. 대구의 신축구장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리는 삼성-두산전 선발은 '차우찬 vs 니퍼트'로 발표됐다. 또 고척스카이돔 개장 매치는 넥센 피어밴드와 롯데 린드블럼의 외인 에이스 대결로 결정됐다. 창원에서는 NC 해커와 KIA 양현종이 맞붙는다.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SK 김광현과 kt 마리몬이 대결하게 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개막 선발로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이름을 호명하며, 맞대결 상대이자 차우찬을 선발 예고한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니퍼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바꿀 기회를 드릴게요"라며 슬쩍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류 감독은 꿋꿋하게 "그래도 차우찬"이라며 초지일관의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과 류 감독의 신경전은 약과였다. 개막전 5경기 중에 유일하게 선발 투수가 공개되지 않은 곳이 나왔다. 잠실에서 맞붙게 된 LG 양상문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은 끝까지 노련하게 신경전을 펼치며 선발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6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가 2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에는 10개 구단 감독들과 두산 오재원-유희관, 삼성 박한이-차우찬, NC 이종욱-이재학, 넥센 서건창-김세현, SK 김강민-김광현, 한화 정근우-안영명, KIA 이범호-윤석민, 롯데 황재균-손승락, LG 류제국-박용택, kt 박경수-조무근 등 각 구단을 대표하는 20명의 스타플레이어들이 한 무대에 올라 올 시즌 각오와 함께 재치 있는 입담 대결을 펼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3.28/
먼저 마이크를 받은 양 감독은 대뜸 "개막 선발 발표는 먼저 김성근 감독님께 양보하겠다"면서 화살을 슬쩍 피했다. 졸지에 마이크를 받아든 김성근 감독은 "여기가 국회의사당도 아닌데, 마이크 양보할 필요없다"는 농담으로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금세 난감해하며 "(개막 선발에 관해)오늘 새벽 3시까지 고민했는데, 아직도 결정을 못했다"며 능숙하게 전력을 감춘 채 바통을 양 감독에게 넘겼다. 다시 핀치에 몰린 양 감독. 하지만 이번에도 재치있게 피했다. 양 감독은 "제가 어릴 때부터 김성근 감독님의 제자로 야구를 많이 배웠는데, 야구관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다"면서 "그래서 나 역시 공개 안하겠다"고 방어벽을 쳤다.


일단은 두 감독의 무승부. 잠시 뒤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돌렸지만, 이번에도 두 감독은 흔들림없었다. 양 감독은 "조금 더 고민하겠다"며 김 감독에게 또 마이크를 넘겻다. 그러자 김 감독은 "그 문제(선발 발표)에 관해 KBO에 물어보니 굳이 오늘 발표 안해도 된다더라"며 끝내 선발을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잠실구장의 개막 선발 매치업만이 유일한 미공개로 남게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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