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두열 전코치 "롯데, 내가 시구해서 잘 할거다"

기사입력 2016-04-06 06:09


1984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인 유두열 전 코치가 5일 SK와의 홈 개막전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5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롯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유두열 전 코치가 시구를 한 것이다. 롯데 구단은 지난달 초 올시즌 홈 개막전 시구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고민을 거듭했다. 여러 후보의 이름들이 거론됐지만, 올드팬들의 향수를 달래고 우승의 기운을 받기 위해 유 전 코치에게 시구를 부탁하게 됐다.

유 전 코치는 1984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리며 롯데의 첫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다. 롯데는 이후 1992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정상을 정복하지 못했다. 지난 겨울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해 마운드를 강화한 롯데는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잡았지만, 내심 우승 분위기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유 전 코치의 홈 개막전 시구에는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유 전 코치는 마운드 위가 아닌 앞 잔디 구역에서 시구를 했다. 이유가 있었다. 유 전 코치는 지난 2014년 9월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롯데 구단에 따르면 유 전 코치는 불굴의 의지로 치료에 전념하며 병마를 이겨내고 있다고 한다.

시구를 마친 뒤 기자실을 찾은 유 전 코치는 "오랜만에 시구를 해 마음이 설레였다면서 "사직야구장 들어온 게 2007년 시구하고 처음이다. 후배 선수들이 야구를 잘 해서 가을야구를 꼭 할 수 있도록 서울 가서도 하느님께 기도하겠다"고 했다.

이어 유 전 코치는 "약이 독하다 보니까 3월초 시구 요청을 받고 캐치볼을 해 봤는데 어깨가 무척 아프더라. 마운드 위에서는 던지지 못하겠지만, 그 앞에서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싶었다. 스트라이크가 돼서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유 전 코치는 지금 체중이 선수 시절과 비슷한 68㎏이라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음식 냄새를 맡기도 싫었다"며 "병원가서 진단을 받았는데, 암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담담하게 생각했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열심히 음식을 먹자고 다짐했다. 예전만큼 체중이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유 전 코치는 "한국시리즈 7차전 영상을 볼 때마다 뭉클하고, 눈물도 난다"면서 "나도 일어나기 위해 독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 롯데는 틀림없이 야구를 잘 할거다. 내가 시구를 했기 때문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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