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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린 대전구장. 김성근 한화 감독이 경기 도중 사라졌다. 취재진은 물론 구단 프런트도 당황했고 뒤늦게 을지대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전구장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회초 기운 승부, 송창식 내버려 둔 김 감독
연이틀 두산에 무릎을 꿇은 한화의 선발은 김용주였다. 전날 불펜에서 대기했지만, 마땅한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첫 번째 투수로 나섰다. 그리고 김용주가 1회 선두 타자 허경민과 상대하려는 순간, 불펜에서는 송창식이 몸을 풀고 있었다. 여차하면 바꾸겠다는 의도였다.
김 감독은 송창식이 거푸 얻어맞고 있는 사이 벤치에서 꿈적하지 않았다. 이미 기울어진 승부, 주말 3연전을 생각하면 투수 한 명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물이 오른 상태였다. 가혹하게도 송창식의 공을 너무 잘 때렸다.
이후 5회말까지 두산이 16-2로 크게 앞선 가운데 돌입한 클리닝타임. 김 감독은 6회초 등판할 투수로 송창현을 지목하고 벤치에서 사라졌다.
최수원 심판 "6회초 화장실 가셨다고 하더라"
김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이날 주심을 맡은 최수원 심판이 곧장 덕아웃을 찾았다. 이 때가 6회초다. 한화 김광수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화장실을 가셨다"고 최수원 주심에게 말했다. 왕왕 그런 경우가 있어 최 구심도 별 다른 의심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6회말이 끝나고 공수교대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김 감독은 돌아오지 않았다. 최 주심은 7회초 두산 공격이 시작되기 전 다시 한 번 벤치로 갔고, 김 수석코치는 "감독님이 몸이 아파서 자리를 비우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 사실을 최 구심은 곧장 기록원에게 전달했다. 두산 쪽에도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다. KBO는 "7회초부터 김광수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양 팀이 합의하고 경기를 속개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클리닝 타임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20분 전까지 계속 누워 계셨다"면서 "기침은 물론 몸살 기운이 심한 상태다. 경기 중 어지러움을 호소해 혈압 체크를 위해 을지대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창현 교체까지 지시하고 병원으로 가셨다"고 설명했다.
감독 자리 비워도 되나. 안 되나
경기 중 사령탑이 자리를 비우는 행동은 규정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은 아니다. 공식야구규칙 2.50조항을 보면 ◇구단은 경기개시 시간 30분 전까지 커미셔너 또는 그 경기의 주심에게 감독을 지명하여야 한다. ◇감독은 규칙으로 정해진 특별한 임무를 선수 또는 코치에게 위임한 시살을 주심에게 통고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고가 있으면 지명된 대리자의 모든 활동은 공식적인 것이 된다. 감독은 자기 팀의 행동, 야구규칙의 준수, 심판원에 대한 복종에 관하여 항상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감독이 경기장을 떠날 때는 선수 또는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지명하여야 한다. 감독대행은 감독으로서의 의무, 권리, 책임을 갖는다. 만일 감독이 경기장을 떠나기 전까지 감독대행을 지명하지 않거나, 지명을 거부하였을 때는 주심이 팀의 일원을 감독대행으로 지명하여야 한다.
김성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라면 감독대행을 지명하고 경기 중 병원을 갈 수 있다.
대전=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