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 효과? 두산 '2아웃' 이후가 달라졌다

최종수정 2016-04-19 05:37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6대2로 승리한 후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ngmin@sportschosun.com / 2016.04.17.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의 효과. 바로 2아웃 이후 집중력이다.

디펜딩챔피언 두산 베어스의 상승세가 거침없다. 18일 현재 9승1무3패, 7할5푼의 승률로 단독 선두다. 전문가들은 투타에서 특별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하고 있다. 실제 팀 타율(0.293), 팀 평균자책점(3.40) 모두 1위다.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만 해도 "야수들의 페이스가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아 걱정이다. 불펜에는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가 없다"고 했지만, 본 무대 막이 오르자 더할 나위 없는 경기력의 연속이다.

상승세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투수조 최고참 정재훈의 공이 크다. 이날 현재 니퍼트와 보우덴은 나란히 3승씩을, 정재훈도 3홀드나 챙겼다. 또한 니퍼트는 탈삼진(26개) 부문 1위, 보우덴은 평균자책점(0.45) 부문 1위다. 이처럼 두산은 3명의 투수가 앞다퉈 호투 릴레이를 펼치면서 경기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또 클리닝타임 이후에도 그 분위기를 좀처럼 내주지 않는다.

투수들과 함께 야수들의 집중력도 기대 이상이다. 특히 2아웃 이후 득점권 타율이 엄청나다. 이날까지 10개 구단 가운데 아웃카운트에 상관없이 득점권에서 3할 이상의 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구단은 3팀이다. 넥센(0.328), 삼성(0.311), 그리고 NC(0.300)다. 두산은 여기에 끼지 못한다. 0.268의 득점권 타율로 리그 평균(0.280)에도 못 미친다. 4번 에반스가 득점권만 되면 0.056의 타율로 헛방망이질을 하는 까닭에 팀 기록도 뚝 떨어졌다.

하지만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2아웃'이라는 '전제 조건'만 따라붙으면 수직 상승한다. 무사 3루, 1사 3루 기회는 살리지 못하다가 2사 3루가 되면 적시타가 나온다는 얘기다. 기록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각 팀별 2아웃 이후 득점권 타율은 두산이 0.364로 압도적인 1위, 넥센이 0.328로 2위다. 그 뒤는 삼성(0.310) 롯데(0.288) LG(0.259) NC(0.250) kt(0.250) KIA(0.240) SK(0.196) 한화(0.140)다. 두산은 13경기에서 수확한 77타점 가운데 무려 55타점을 2아웃 이후 얻었다.

두 방의 만루홈런도 2아웃 이후 나왔다. 새로운 3번 민병헌, 잘 나가는 오재일이 주인공이다. 민병헌은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1-0이던 2회 2사 만루에서 김민우의 직구를 통타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다음날에는 오재일이 1-0이던 1회 2사 만루에서 송창식의 낮은 직구를 퍼올려 그랜드슬램을 폭발했다. 비록 홈런은 아니었지만, 두산은 17일 잠실 삼성전에서도 3-0이던 4회 2사 후 2득점, 5회 2사 후 1득점하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결국 2아웃 이후 나오는 타점은 우리의 흥을 돋우면서도, 상대에겐 카운트 펀치를 날리는 효과가 있다. 두산이 신바람 나는 연승을 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눈앞에 두고 좀처럼 끝나지 않는 공격. 두산 내부에서는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집중력, 끈질김, 순간 대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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