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프로가 산다]①이승엽 "타격은, 하체 또 하체!"

최종수정 2016-04-2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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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실내연습장에서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과 김한수 코치가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행사에 참석 했다.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인들이 프로 스포츠 스타 이승엽과 김한수 코치에게 원포인트 레슨과 사인 등 야구를 배우고 함께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참가자들의 타격을 지켜보며 지도하고 있는 이승엽.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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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과 일일 레슨 수강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29


"자, 오늘 한 번 쳐보시고 왜 선수들이 저것밖에 못하나 욕하시면 안됩니다."

'코치'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의 말 한 마디에 웃음꽃이 피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일 수강생이 된 사회인 야구 회원들이 박장대소 했다. 그러나 본수업이 진행되자 수강생 12명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이승엽의 조언, 타격 시범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실내 연습장에서다.

스포츠조선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손잡고 프로스포츠의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으로 진행하는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 제1탄. '국민 타자' 이승엽이 자신의 타격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코치가 됐다. '진짜' 코치 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도 약 1시간 짬을 내 참가자들 앞에 섰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런 대스타에게 가르침을 받다니 가문의 영광"이라던 수강생들은 고가의 장비를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와, 이거 얼마짜리 입니까." 이승엽도 휘둥그레진 눈으로 알루미늄 배트에 관심을 보였다.

레슨은 A조와 B조로 나눠 진행했다. 김한수 코치가 그물망 앞에서 공을 토스해줬고, 이승엽은 피칭 머신 뒤에서 회원들의 타격 장면을 지켜봤다. "자, 여기까지 코치님에게 배우시고, 여기부터는 저와 함께 변화구를 쳐 보시죠." 농담도 이어졌다. "그런데 저한테 배우실 게 있을까요. 제가 가끔 지인들 야구하는 걸 보러 가곤 하는데, 정말 다들 잘 치시더라고요. 지금도 장비나 유니폼이나 이미 야구선수이신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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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삼성 타격 코치가 하체 중심 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29

이승엽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피칭 머신에 직접 공도 넣었다. 수십 개의 연습공이 잔뜩 든 바구니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지금부터 김광현(SK 와이번스)의 커브가 나갈 겁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 몸이 앞으로 나가시면 안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승엽은 "저도 지명타자라서 한 타석이 끝나면 바로 이 곳에서 공을 때립니다. 일단 첫 공은 눈으로 보시고, 감을 잡은 뒤 두 번째 공부터 쳐보세요"라고 했다.

시속 100㎞ 안팎의 느린 변화구. 수강생들에게 좋은 먹잇감인 듯 했다. 한 눈에 봐도 치기 좋게 날아왔다. "너무 느린 거 아닌가요?" 일부 수강생은 빠른 공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기롭게 방망이를 든 회원들은 좀처럼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슈퍼스타가 바로 뒤에서, 또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일까. 강한 파열음을 잔뜩 기대하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방망이를 돌렸지만, 김광현의 커브라는 그 공은 예리하게 뚝 떨어졌다. 연거푸 헛방망이질만 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결국 참다 못한 이승엽이 직접 방망이를 들었다. "체격이 4번 타자이시네요?", "완전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스타일이시네요"라는 응원도 잠시 중단됐다. "와우~" 모처럼 알루미늄 배트를 집어 든 이승엽이 바람 소리를 내며 스윙을 했다. 이곳 저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자. 이렇게 하체가 안정돼 있어야 합니다. 절대 몸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변화구는 특히 아래가 흔들리면 칠 수 없습니다. 3개만 쳐 볼게요. 딱 3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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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직접 타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3.29

"깡!" 소리부터 달랐다.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정면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일단 공이 어느 쪽으로 회전하는지,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지 체크하셔야 합니다.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결코 잘 칠 수 없습니다. 0.01초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투수에게 당합니다."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수강생들은 "역시"라는 감탄사와 함께, '내 방망이에서 저런 소리도 나는구나'하는 표정이었다.


어느덧 예정된 1시간의 수업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승엽과 김한수 코치가 열정적으로 지도한 탓인지 모두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망이를 돌렸다. 대구지역 사회인 야구팀 '보스'의 이지훈 감독(39)은 "사회인 야구를 한지 10년 됐다. 여기에 온 모두가 야구에 미친 사람들인데, 이승엽 선수를 만나보고 가르침도 받아 영광"이라고 했다. 또 "운동하는데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승엽 선수가 지적한 하체 문제를 고치도록 하겠다"며 "오늘 배운 걸 잘 응용해 실전에서 써 먹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느낌조아' 팀의 최상명씨(36)는 "휴가 내고 왔다. 이승엽 선수를 만날 수 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와야 하지 않겠냐"며 "정말 세밀하게 설명해줬다.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고 큰 선수에게 배울 수 있어 너무 기분 좋다. 이승엽 선수, 김한수 코치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동영상=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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