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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한 번 쳐보시고 왜 선수들이 저것밖에 못하나 욕하시면 안됩니다."
레슨은 A조와 B조로 나눠 진행했다. 김한수 코치가 그물망 앞에서 공을 토스해줬고, 이승엽은 피칭 머신 뒤에서 회원들의 타격 장면을 지켜봤다. "자, 여기까지 코치님에게 배우시고, 여기부터는 저와 함께 변화구를 쳐 보시죠." 농담도 이어졌다. "그런데 저한테 배우실 게 있을까요. 제가 가끔 지인들 야구하는 걸 보러 가곤 하는데, 정말 다들 잘 치시더라고요. 지금도 장비나 유니폼이나 이미 야구선수이신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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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피칭 머신에 직접 공도 넣었다. 수십 개의 연습공이 잔뜩 든 바구니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지금부터 김광현(SK 와이번스)의 커브가 나갈 겁니다. 뚝 떨어지는 변화구, 몸이 앞으로 나가시면 안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승엽은 "저도 지명타자라서 한 타석이 끝나면 바로 이 곳에서 공을 때립니다. 일단 첫 공은 눈으로 보시고, 감을 잡은 뒤 두 번째 공부터 쳐보세요"라고 했다.
결국 참다 못한 이승엽이 직접 방망이를 들었다. "체격이 4번 타자이시네요?", "완전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스타일이시네요"라는 응원도 잠시 중단됐다. "와우~" 모처럼 알루미늄 배트를 집어 든 이승엽이 바람 소리를 내며 스윙을 했다. 이곳 저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자. 이렇게 하체가 안정돼 있어야 합니다. 절대 몸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변화구는 특히 아래가 흔들리면 칠 수 없습니다. 3개만 쳐 볼게요. 딱 3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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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소리부터 달랐다. 스위트 스폿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정면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일단 공이 어느 쪽으로 회전하는지,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지 체크하셔야 합니다. 그 부분을 조금이라도 놓치면 결코 잘 칠 수 없습니다. 0.01초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투수에게 당합니다." 목소리에 힘이 느껴졌다. 수강생들은 "역시"라는 감탄사와 함께, '내 방망이에서 저런 소리도 나는구나'하는 표정이었다.
어느덧 예정된 1시간의 수업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승엽과 김한수 코치가 열정적으로 지도한 탓인지 모두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방망이를 돌렸다. 대구지역 사회인 야구팀 '보스'의 이지훈 감독(39)은 "사회인 야구를 한지 10년 됐다. 여기에 온 모두가 야구에 미친 사람들인데, 이승엽 선수를 만나보고 가르침도 받아 영광"이라고 했다. 또 "운동하는데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승엽 선수가 지적한 하체 문제를 고치도록 하겠다"며 "오늘 배운 걸 잘 응용해 실전에서 써 먹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느낌조아' 팀의 최상명씨(36)는 "휴가 내고 왔다. 이승엽 선수를 만날 수 있는데, 무슨 일이 있어도 와야 하지 않겠냐"며 "정말 세밀하게 설명해줬다.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됐고 큰 선수에게 배울 수 있어 너무 기분 좋다. 이승엽 선수, 김한수 코치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대구=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동영상=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