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적. 그 어려운걸 넥센이 해냅니다

기사입력 2016-06-15 09:36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가 열렸다. 넥센이 8회 8득점을 올리며 롯데를 상대로 9대6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넥센 선수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14

넥센 히어로즈는 시즌전만해도 유력한 꼴찌 후보였다.

주축 투수와 타자가 대거 이탈했기 때문. 마운드에선 에이스였던 댄디 밴헤켄이 일본으로 떠났고, 넥센 승리를 지켰던 필승조 3명 중 손승락은 FA로 롯데로 이적했고, 조상우와 한현희는 수술을 받았다. 타선에서도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유한준은 FA가 돼 kt로 옮겼다.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넥센은 31승1무28패로 3위를 달리고 있다. 강팀으로 분류됐던 팀들을 자신의 발 아래에 놓고 있다.

넥센은 올시즌 성장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물론 성적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성적을 낸다는 확신은 없었다.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새롭게 팀을 재편해야했고, 신예들을 기용하면서 이들이 성장해서 주축이 될 1,2년 뒤를 승부를 걸 시기로 생각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승리다. 승리와 성공의 좋은 기억이 자신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고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것. 넥센은 다행스럽게도 신예들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성장과 성적의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4,5선발로 1군에 첫 등장한 신재영과 박주현은 어느새 팀의 주축 선발로 자리잡고 있다. 신재영은 12경기서 8승2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다승 공동1위,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안정된 모습으로 피어밴드와 함께 에이스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고졸 2년차의 앳된 박주현도 예상외의 모습이다. 3승2패, 평균자책점 5.76을 기록하고 있다. 씩씩하게 정면승부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 지난 9일 창원 NC전서 1회에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9실점하는 부진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실패보다는 성공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새롭게 만든 필승조는 의외로 안정감을 보인다. 마무리 김세현은 벌써 17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부문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론세이브도 4번이나 기록했지만 크게 불안한 모습은 아니다. 처음으로 마무리를 맡아 여러 시행착오를 생각했기에 현재까지는 불안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김상수와 이보근의 셋업맨 역시 안정감을 나타내면서 이젠 믿음을 받고 있다. 6회까지만 이기고 있어도 넥센의 승리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14일 고척 롯데전서 극적인 역전승을 했을 때도 젊은 선수들이 좋은 기억을 만들어냈다. 고졸 2년차로 데뷔 첫 선발로 나섰던 최원태는 4⅔이닝 동안 7안타 5실점하며 패전투수의 위기를 맞았지만 팀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패전에서 벗어나며 첫 선발의 아픔이 줄었다. 올해 1차지명으로 들어온 포수 주효상은 8회말 대주자로 나가면서 데뷔 첫 출전을 기록했는데 득점을 하더니 이어 타자로 나와 쐐기 타점을 올리는 안타까지 쳤다. 9회엔 포수로 나와 마무리 김세현과 호흡을 맞추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성공의 좋은 기억을 안고 출발하게 된 것.


기대하지 않았던 신예들의 활약으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니 팀 분위기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5할로 버티는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팀 전력을 볼 때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올라올 힘이 없다"라고 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되다보니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는 뜻.

올시즌 리빌딩을 해야할 넥센은 리빌딩과 함께 좋은 성적까지 얻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리빌딩을 보여주는 넥센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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