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전 코치, 김성근 감독에 편지 "급할수록 돌아가라"

최종수정 2016-06-21 08:36

이순철 해설위원(왼쪽),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아직도 기회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는 말도 있잖아요."

이순철 전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가 20일 KBO리그 투수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선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편지를 띄웠다. 자신의 SNS에 "김성근 감독님"으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이 글에서 "가까이에서 처음 뵌게 91년 한일슈퍼게임 때다. 해태 2군 감독으로 계실 때는 참 많은 야구 얘기를 했다"라며 "이런 선배도 있구나 느낄 만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젊은 후배들보다 몇천배 컸다. 그때 그 마음이 식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오신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요즘 감독님이 혹사 논란 중심에 계신 걸 보면서 속상하다. 추후 감독직에서 물러나신 후에도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직언했다.

또 "감독님에 대한 좋은 추억들, 후배 선수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시던 그때 그 모습,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멋진 선배님으로 기억하고 싶다. 야구팬들에게도 명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며 "기회는 많이 남아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라고 썼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15년 한화 이글스 감독 부임 이후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 주요 투수들에 대한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주에는 14일 선발로 등판해 56구를 던진 장민재를 17일(84구)과 19일(42구) 경기에 잇따라 롱맨으로 활용, 비판을 받았다. 특히 19일 경기는 박정진이 13년만에 선발로 등판했고, 구원 등판한 장민재가 5실점으로 무너지며 승부가 갈렸다.

올시즌 KBO리그 불펜투수 중 투구수와 이닝 1-2위는 모두 한화 소속의 권혁과 송창식이다. 한화가 144경기 중 64경기를 소화한 현재 권혁은 투구수 975개-57⅔이닝을, 송창식은 892개-47⅔이닝을 기록중이다.

이순철 전 코치는 지난 1999년 삼성라이온즈 주루코치를 시작으로 LG트윈스 주루코치와 감독을 거쳐 우리 히어로즈(현 넥센)와 KIA 타이거즈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현재는 SBS스포츠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아래는 이 코치 페이스북 전문.

[이순철 전 코치 페이스북 전문]

김성근 감독님.

제가 감독님을 가까이에서 처음 뵌게 91년 한.일 슈퍼게임 때였습니다. 감독님은 투수코치로, 저는 선수로 참가해서, 벌써 2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감독님께서 해태 2군 감독으로 계실때는 가끔 생맥주도 함께 마시고, 때로는 새벽까지 감독님과 참 많은 야구 얘기를 했었습니다. 문득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저는 그때 감독님께서 후배 야구 선수들을 참 많이 챙겨주시는 걸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이런 선배도 있구나 느낄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구요.

또 한가지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그 열정은 젊은 후배들보다 몇 천배 크셨습니다. 그때 그 마음이 식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신 것 같습니다.

요즘 감독님이 혹사 논란 중심에 계신걸 보면서 참 많이 속상합니다. 추후 감독직에서 물러나신 후에도,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실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기도 하구요.

존경하는 김성근 감독님.

이 후배의 가슴이 기억하는 감독님에 대한 좋은 추억들, 후배선수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시던 그때 그 모습으로,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진 멋진 선배님으로 감독님을 기억하고 싶고 야구팬들에게도 명장으로 기억되는 분이길 바랄뿐입니다.

아직도 기회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는 말도 있잖아요.

남은 임기 동안 제 기억 속에 그 야구선배의 모습으로 남아 주셨으면 합니다.

보잘것없는 한 야구 후배가 열정을 가진 선배에게.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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