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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한화 이글스의 에스밀 로저스(31), KIA 타이거즈의 헥터 노에시(29)였다. 로저스가 연봉 190만달러(약 22억2400만원), 헥터가 170만달러(약 20억)에 계약해 나란히 역대 외국인 선수 몸값 1~2위에 올랐다. 구단이 공식 발표한 보장 금액이 이 정도이지, 인센티브 금액 등을 합치며 200만달러 중반이라고는 얘기도 있었다. 이들의 소속팀 한화, KIA가 최고 금액을 투자한 이유는 딱 하나, 강력한 에이스를 얻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후반기에 합류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로저스를 눌러앉히기 위해 한화 구단은 지난 겨울 총력을 기울였다. 물론, 김성근 감독의 강력한 재계약 요청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헥터를 주목해 왔다는 KIA도 강력한 선발진 구축을 위해 지갑을 활짝열었다. 헥터가 로저스처럼 KBO리그 경험이 없는데도 과감한 베팅을 결정했다.
6월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4안타 3볼넷 4실점. 이게 로저스의 마지막 등판이라고 생각한 구단 관계자가 있었을까.
그동안 팔꿈치 상태를 놓고 여러 얘기가 있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팔꿈치 통증이 나타났다. 이 기간에 머리카락 염색을 놓고 김성근 감독과 불편한 일까지 있었다.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야할 에이스가 2군에서 시즌을 맞았다. 로저스를 둘러싸고 특정 스태프의 월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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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스가 지난해의 몸이 아니라는 얘기는 전지훈련 때부터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시즌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이라고 했다. 이를 알고도 계약했다면 구단과 김성근 감독이 분명히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봐야 한다.
한화를 떠난 로저스의 190만달러는 넥센 히어로즈 국내 선수 전체 연봉 40억5800만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부상이 뒤늦게 나타난 것이라고 해도, 주축선수에 대한 관리 부실이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100% 몸이 아닌데도 로저스는 5월 29일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해 9이닝 동안 127개의 공을 던졌다. 외국인 선수를 소모품처럼 인식하는 접근법도 문제다.
로저스와 달리 헥터는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갔다. 6월 24일 NC 다이노스전까지 15경기에 선발로 나서 7승3패, 평균자책점 3.39. 다승 공동 6위, 평균자책점 7위, 투구 이닝 4위(98⅓이닝)에 올라있다.
15경기 중 10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마쳤다. 5회 이전에 무너진 경기가 1게임에 불과하고, 6이닝 이상을 책임진 게 13경기나 된다. 4월에 대량 실점 경기가 있었으나, 이후 꾸준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구단과 불협화음을 빚은 적도 없고, 돌출행동으로 주목받은 일도 없다. 외국인 선수와 활발하게 소통하는 김기태 감독 특유의 리더십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