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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박수와 함성이 크게 들릴 때는 많지 않다. 예외없이 박수 소리가 크게 나올 땐 투수가 타석에 섰을 때다.
박희수는 지난 4월 17일 수원 kt 위즈전서 6-6 동점이던 연장 10회말 2사 1,2루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고, 11회초 정의윤이 만루포를 뽑아내 10-6으로 앞섰다. 5번 박정권이 아웃돼 2아웃이 된 상황에서 6번 박희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지명타자 정의윤이 수비로 나가며 투수가 타순에 들어갔고, 그게 6번타자였다. 이대수가 야수로 남아있었지만 김용희 감독은 박희수를 그대로 냈다. 4점차지만 11회말에도 박희수를 내보내 경기를 확실히 이기겠다는 뜻. 박희수는 서서 삼진을 당했고, 11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마무리했다.
넥센 김택형은 넥센 덕아웃과 관중석을 흥분시켰다. 웬만한 타자 못지않은 빠른 배트 스피드와 날카로운 선구안을 선보였다. 연장 10회초 윤석민의 결승타로 7-6으로 넥센이 다시 앞선 상황에서 2사후 LG 마무리 임정우는 이택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7번 투수 김세현과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김세현이 나온다면 10회말에도 나온다는 뜻이니 아예 방망이를 내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쉽게 이닝을 종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넥센은 대타 김택형을 냈다. 젊은 왼손타자가 나왔다. 초구 볼에 이어 2구 헛스윙, 3구 파울로 볼카운트 1B2S가 되며 곧 이닝이 끝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4구째 몸쪽으로 온 공을 김택형이 맞혀 1루쪽으로 날아가는 타구를 날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벤치에 있는 넥센 선수들은 웃고 박수치며 김택형을 응원했고, 김택형은 침착하게 연거푸 볼 2개를 골랐다. 쉽게 속을 것 같았던 공을 끝까지 지켜보며 풀카운트로 만든 것. LG 투수 임정우가 오히려 난감해졌고, 마지막 7구째 공이 바깥쪽 높게 오며 볼넷.
넥센은 투수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린 임정우에게서 1점을 더 뽑았다. 유재신이 좌중간 안타를 뽑아내며 이택근이 홈을 밟을 것. 이어 박동원까지 안타를 쳐 2사 만루가 됐다. 3루까지 진루한 김택형이 홈까지 밟을 수 있는 상황이 온 것. 결국 LG는 투수를 김지용으로 교체했고, 서건창의 투수앞 땅볼로 이닝이 종료. 김택형의 끈질긴 승부 덕에 1점을 더 뽑은 넥센은 8-6으로 앞선 10회말 오재영이 3타자 연속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기분좋은 승리를 얻었다.
투수가 타자로 나온다는 것은 야수를 다 소진해서 없다는 뜻. 그만큼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자로 나오는 투수는 팬들에겐 청량제나 다름없다. 혹시나 부상이 올까 투수들이 대부분 제대로 타격을 하지는 않지만 나와서 헛스윙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팬서비가 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