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언제나 손실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100% 성공을 보장하는 투자는 은밀한 내부거래 외에는 없다. 프로야구단이 FA선수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 역시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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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지난해 말 로저스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여러 검증과정을 거쳤다. 몸상태에 관한 체크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검증 사항이었다. 지난해 후반기인 8월에 팀에 합류해 10경기에 선발등판한 로저스는 분명 압도적인 위력을 보여 당연히 재계약 대상이었다.
그러나 팀내부적으로는 로저스가 메이저리그에서 6월까지 불펜투수를 하다가 한국 무대에서 다시 선발로 전환해 많이 던진 것이 데미지를 남기지 않을 지 우려했다. 로저스는 토론토 시절이던 2013년에도 불펜에서 뛰다가 5월말부터 선발로 전환해 20경기에 나온 적이 있다. 이중 10번이 5일 로테이션, 즉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사실 '4일 휴식 등판'은 로저스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발에게는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도 올해 15번의 선발 중 7번을 4일 휴식 후에 나왔다.
그래서 한화는 계약에 앞서 철저한 메디컬 테스트를 거쳤다. 로저스는 지난해 6월까지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팀인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다. 그래서 메디컬 테스트도 뉴욕에 있는 양키스 지정 병원에서 한화 구단 관계자가 동행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병원에는 로저스의 개인 주치의라고 할 순 없지만, 양키스 소속이었던 로저스의 몸상태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의료진이 있다. 거기서 팔꿈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그 자료를 국내에서 재검토한 결과 역시 '이상없음'이었다. 그래서 플러스 옵션 포함 190만달러에 계약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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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로저스의 부상을 예측하거나 막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말 스프링캠프 합류 전까지 4개월 가까이 쉬면서 팔꿈치를 보호했음에도 부상 요인을 완전히 털어낼 순 없던 것이다. 2월 오키나와 캠프부터 5월8일 1군 콜업 이전까지 또 3개월간 재활을 진행했지만 소용없었다. 구단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로저스의 부상 원인에 관해 고치 스프링캠프의 추웠던 날씨 혹은 지난 5월29일 롯데전의 127개 투구가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지만, 명확한 상관관계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
한화는 이번 투자 실패를 통해 최소 190만달러(한화 약 22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일단 로저스에게는 플러스 옵션으로 걸려있던 약 30만달러 가량을 제외한 160만달러(추정치)를 지급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선수 계약은 '풀 개런티(전액 보장)' 방식이라 개인의 귀책 요인으로 인한 계약 해지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다. 다른 구단도 다 이렇게 계약한다.
여기에 로저스 대체선수로 영입하는 투수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감안해야 한다. 한화는 이미 대체선수 파비오 카스티요를 25만달러에 영입했다. 로저스 대체선수의 몸값도 이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이래저래 190만달러는 나가는 셈이다. 그나마 대체선수가 성적을 내준다면 최악의 투자손실은 면할 여지가 생긴다. 그래서 어떤 실력의 대체선수를 영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