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공개질타, 성장계기 삼은 양성우

기사입력 2016-07-20 00:42


한화 양성우. 19일 kt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19일 kt전에 앞서 훈련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 한화 외야수 양성우(27)에게 물었다.

"괜찮나?"

주어, 목적어를 생략하고 질문을 던져도 대충 눈치채고 답한다. "나는 진짜 괜찮다. 어떻게 하면 야구를 잘 할까하는 고민만 한다. 한데 부모님이 먼저 연락이 하셔서 '감독님한테 야단맞았냐. 무슨 일이냐'라며 걱정아닌 걱정을 하셨다"며 웃는다. 양성우는 "내가 야구를 좀더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치신 야단이다. 나는 땜질 외야수, 공격도 어중간, 수비도 어중간한 외야수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될듯 될듯 안되니 미칠 노릇"이라고 했다.

양성우는 투수 장민재와 함께 올해 한화가 발굴한 몇 안되는 20대 유망주다. 올시즌 최진행과 김경언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프로 무대 3년차에 처음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시즌 50경기에서 타율 2할6푼6리, 3홈런 31타점을 기록중이다. 5월까지는 3할타율을 상회하며 신바람을 일으켰고, 이후 주춤 주춤 조정기를 거쳐 최근 다시 반등중이다.


◇19일 kt전에서 3타점 2루타를 기록한 뒤 볼이 홈으로 전개되는 사이 3루에 안착한 양성우. 슬라이딩으로 유니폼 바지가 뜯어졌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지난 10일 양성우는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공개 질타'를 받았다. 경기전 기자간담회에서 김 감독은 전날(9일) 허리 통증으로 결장했던 양성우의 출전여부 질문을 받자 따끔한 말들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하루만에 양성우의 부상이 다 나았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루만에 완쾌될 정도의 부상이었다면 그리 심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선수들은 매번 100% 컨디션은 아니다. 야수의 경우 약간씩의 부상은 다스리면서 경기를 뛴다. 하루를 쉬면 자기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각오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 전에 좀더 수위가 강한 얘기도 나왔다.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 자기가 진짜 잘하는 줄 안다." 양성우로선 자존심이 상할만 했다.

기사를 통해 사령탑의 불편한 심기를 알게된 양성우는 10일 선발 제외됐지만 대타로 나와 내야땅볼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이후부터 출전기회는 꾸준히 부여됐다. 전반기를 마친 뒤 후반기 첫 경기인 이날 kt전에서 양성우는 4타수 2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생애 한경기 최고타점. 1회 싹쓸이 3타점 2루타는 결승타였다. 양성우는 이용규의 발목부상으로 6번 좌익수(우익수)로 뛰며 중심타선 뒤를 훌륭하게 받쳤다.

열흘전 양성우의 허리통증은 어느정도였을까? 본인이 밝히지 않으니 알 길이 없다. 김 감독의 의중도 마찬가지다. 양성우를 자극하려 한 충격요법인지, 정말 괘씸해서 내뱉은 비난인지 알수없다. 해명을 해도 '사실 너머 진실'은 모르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양성우의 자세다. 비난이든, 따끔한 충고든 성장을 위한 조언으로 여긴다.

양성우는 외야수비가 썩 뛰어나진 않다. 코너 외야수로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수비는 근성이라고 믿는다. 이날 경기후 히어로 인터뷰를 하는 양성우의 유니폼은 여러차례 슬라이딩으로 누더기가 돼 있었다. 양성우는 "매일 매일 힘들다. 요즘 매경기가 중요하고 접전이니 더 그렇다. 덕아웃 분위기는 요즘 최고다. 팀도 올라가고, 나도 좀더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한화 선수들이 19일 kt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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