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히트 그후, 두산은 보우덴을 의심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6-07-27 10:58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선발투수 보우덴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7.26/

노히트노런 후유증 얘기는 쏙 들어갔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마이클 보우덴이 시즌 5번째 무실점 피칭을 했다. 코칭스태프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애초부터 후유증 따윈 없었다는 설명이다.

보우덴은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7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105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 4개, 볼넷은 3개였다. 그는 1회 1사 후 고종욱에게 좌월 2루타, 김하성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4번 윤석민을 2루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5회엔 선두타자 대니돈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3명을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나머지 이닝은 거의 완벽했다. 직구를 앞세운 공격적인 피칭으로 21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그러면서 우려 섞인 시선에서도 벗어났다. 보우덴은 지난달 30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서 KBO 통산 13번째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뒤 승리가 없었다. 당시 139개의 공을 던진 여파로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성적이 그랬다. 8일 KIA 타이거즈전 3이닝 5안타(2홈런) 6실점, 14일 NC전은 6이닝 5안타 4실점(3자책)이다. 또 20일 삼성전에서도 7이닝 3안타(2홈런) 5실점하며 3경기 평균자책점이 7.88이나 됐다.

팬들은 유네스키 마야를 떠올렸다. 쿠바 출신으로 예리한 커터를 갖고 있었지만 노히트 피칭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외국인 선수다. 당시 마야도 136개의 투구수를 기록했고, '그 날'이후 구위가 뚝 떨어져 대량 실점 경기를 반복했다. 결국 짐을 쌌는데 보우덴이 마야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130개 넘는 투구수는 누구에게나 '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보우덴은 4경기 만에 무실점 피칭으로 건재함을 알렸다. 상대가 까다로운 넥센 타선이었기에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16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경기에 앞서 지난달 30일 NC전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보우덴에게 구단 시상식을 마치고 가족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6.07.10/
한데 사실 내부적으로는 누구도 '후유증'을 믿지 않았다. 마야와 보우덴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1년 전 마야는 몸 상태가 문제였다. 팔꿈치, 어깨 쪽이 아닌 발목이 좋지 않았다. 그것도 왼쪽. 그는 스트라이드 이후 앞 발이 버텨주지 못하자 구위가 떨어졌다. 제구도 말을 듣지 않아 난타를 당했다. 평소 워낙 파이팅이 넘쳐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예전처럼 날카로운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에 반해 보우덴은 몸 상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직구 스피드나 포크볼 움직임도 큰 차이 없다. 두산 트레이너 파트에 따르면 그는 메디신 볼을 이용한 유연성, 코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현재 토종 투수들이 보고 배운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말. 그는 노히트노런 이후에도 더 열심히 몸을 관리했다. 자신만의 루틴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물론 이후 3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다. KIA전에서 조기 강판됐고, 삼성전에서는 만루 홈런을 얻어 맞았다. 이 기간 삼진은 줄고, 볼넷은 늘었으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두산의 투수, 배터리 코치들은 "노히트 후유증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구위는 여전하고 몸 상태가 완벽하다. 마야와는 전혀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강인권 배터리 코치는 "포수가 받아보면 안다. 노히트노런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 빗맞은 안타 등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그 사실을 보우덴이 26일 넥센전에서 증명했다. 주변의 믿음에도 부응했다. 보우덴은 "KIA전에서는 조금 힘들었지만 이후부터는 후유증 같은 걸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앞으로도 이닝을 최대한 끌고 가면서 팀이 이길 찬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것이 나의 목표이자 임무"라고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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