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날개를 휘저어봐도 발목을 단단히 묶은 덫이 비상을 막는다. 한화 이글스를 떠오르지 못하게 만드는 덫, 바로 여전히 불안한 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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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초부터 4회초 1사까지 송은범은 10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셧아웃시켰다. 이날따라 제구력이 좋았다. 그런데 4회 1사후 퍼펙트가 깨졌다. 이천웅이 송은범의 초구 슬라이더를 받아쳐 유격수 앞쪽으로 보냈다. 땅볼 타구는 다소 빠르게 굴러갔지만, 방향은 유격수 하주석의 정면이었다. 오히려 타구가 빨라 잡아서 던지면 이천웅이 아웃될 확률이 컸다.
그러나 하주석은 이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했다. 결국 옆으로 구른 타구를 서둘러 잡았는데, 사실 이 때도 송구가 정확했다면 1루에서 승부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하주석은 서둘렀다. 타구를 놓쳤다 잡은 걸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송구가 높이 떠버리고 말았다. 공을 빠르게 던지려는 과정에서 흔히 생기는 미스다. 결국 1루수 로사리오가 펄쩍 뛰며 공을 잡았지만, 이천웅은 그 틈에 1루를 먼저 밟았다.
게다가 또 아쉬운 수비가 겹쳤다. 박용택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 2루를 허용한 송은범은 히메네스에게 좌익수 쪽으로 큰 타구를 맞았다. 처음에는 홈런처럼 날아가던 타구는 외야쪽에서 뻗지 못했다. 이를 끝까지 쫓아간 좌익수 장민석이 점프를 했는데 타구는 옆쪽으로 떨어지며 펜스 위에 맞고 떨어졌다.
분명 장민석은 열심히 수비를 했다. 하지만 수비를 '잘했다'고 할 순 없다. 노력은 인정하지만 낙구지점 판단력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조금만 노련하게 낙구 지점을 예측했다면 점프를 하지 않고도 잡을 법한 타구였다. 결국 송은범은 여기서 완전히 무너졌다.
두산의 베테랑 외야수 민병헌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투수가 무너지고 실점을 많이 했을 때 흔히 그 투수를 탓한다. 하지만 수비가 도와주지 못해서 무너지는 경우도 엄청 많다. 또 좋은 컨디션이 아닌 투수가 수비의 도움덕분에 호투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결국 수비력은 모든 전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수비가 안정적인 팀이 강팀 일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가 여전히 약체인 이유, 바로 1일 경기에서 나온 두 번의 부실한 수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