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오재일 "입단 후부터 머릿속에 그리던 숫자"

기사입력 2016-09-07 03:34


2016 프로야구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두산 오재일이 우중월 솔로홈런을 친 후 박건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9.04.

2016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1회말 양의지의 적시타 때 홈에 들어온 오재일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8.24.

"프로 입단 후 꼭 넘고 싶은 숫자였다."

두산 베어스 오재일이 개인 첫 20홈런 고지에 올랐다. 그는 지난 4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 5-5로 맞선 7회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선두 타자로 등장해 삼성 왼손 불펜 백정현의 초구 슬라이더(132㎞)를 잡아 당겼다. 125m짜리 우중월 솔로 홈런이었다.

이 대포로 오재일은 2005년 1군에 뛰어든 뒤 처음으로 20홈런을 경험했다. 지난해 세운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 기록(14개)은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 그는 2012년 7월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두산이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시선을 받았으나, 지금은 '대체 불가 자원'이 됐다. 리그 왼손 타자 통틀어 좌투수 공도 잘 때리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오재일은 고교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풍부한 기회를 보장받은 건 아니었다. 현대 시절인 2005년 1경기에 출전해 삼진, 군에서 제대한 2009년 우리 히어로즈에서도 43경기 출전에 그쳤다. 또 2010년 39경기, 2011년에도 46경기만 모습을 드러냈다.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고, 자신감도 부족했던 탓이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전히 쟁쟁한 선배들에 밀렸지만 퍼져 나오는 스윙을 교정하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된 것도 동기 부여가 됐다. 그 결과 지난해 66경기에서 180타수 52안타 타율 2할8푼9리에 14홈런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수비가 뛰어나다. 외국인 타자와 번갈아가며 1루수로 기용할 것"이라며 "타석에서 좀 더 자신있는 모습만 보이면 된다. 재능은 갖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시즌 초 잘 풀리는 듯했으나 옆구리 부상이라는 변수를 만났다. 한창 잘 맞고 있던 시기에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유연성 운동에 매진하며 곧장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6일까지 성적은 85경기에서 302타수 98안타 타율 3할2푼5리에 20홈런 69타점. 80타점 이상은 무난해 보인다. 25홈런 이상도 때릴 수 있다.

오재일은 "야탑고를 졸업하고 지명을 받았을 때 1군에서 언젠가 20홈런을 때리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늦었지만 지금 그 목표를 달성했다"며 "최근 타격감이 썩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20홈런을 계기로 페이스가 올라가길 바란다. 찬스에서 더 많은 안타로 팀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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