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라더니' 감독들이 결정을 번복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6-09-07 09:49


장민재 스포츠조선DB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감독들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까닭? 더이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6일 창원 NC-한화전.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선발 카스티요가 끝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4⅔이닝 5실점) 물러나자 두 번째 투수로 장민재를 선택했다. 스코어 5-5 박빙의 상황.

그런데 장민재의 불펜 등판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불과 며칠 전 김성근 감독의 발언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28일 SK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났을 때 "장민재는 이제 불펜에서 대기하지 않는다. 선발 로테이션이 포함된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한화의 전천후 카드로 '업그레이드'된 장민재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후반기 팔꿈치 통증으로 한 달간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복귀 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SK에 유독 강해 한화의 우월한 상대 전적(9승 4패)을 이끌었다. 그런 장민재가 다시 고정 선발로 합류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될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이 발언이 뒤집혔다. 김성근 감독은 '마운드 보직 파괴'를 선언했다. 선발과 불펜의 역할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선수의 컨디션 따라 또는 상대 팀 따라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화는 시즌 내내 선발로 뛰었던 이태양이 9월에는 3차례 불펜으로만 기용됐고, 또 다른 '마당쇠' 심수창은 불펜과 선발을 오간다. 고정 선발이라던 장민재의 불펜 등판도 같은 흐름이다.

SK도 비슷한 상황이 있다. 김용희 감독은 선발로 자리 잡지 못한 브라울리오 라라를 불펜 요원으로 전환했다. 라라는 지난달 21일 롯데전 이후 5경기에서 중간 계투로만 등판했다. 김광현 복귀, 임준혁 합류 등이 맞물렸고 라라가 불펜에서 더 좋은 공을 뿌렸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SK는 7일 인천 KIA전 선발 투수로 라라를 예고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라라가 KIA에게 강했기 때문. 지난 7월 14일 광주 KIA전에서 중간 계투로 4⅔이닝 무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었다. KIA 타자들은 라라의 강속구에 연신 방망이를 헛돌렸다.

김용희 감독이 결정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충분히 납득된다. 6위까지 밀려났던 SK가 4위 탈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KIA를 잡아야 한다. 상대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있는 라라가 호투한다면 팀도 웃고 자신도 웃는 '일석이조'다.


비단 한화, SK뿐만은 아니다. 4-5위 싸움 중인 팀들 모두 마지막 활시위를 당길 때다. KIA SK LG 3각 구도로 좁혀지고 있으나 롯데와 한화도 미련 없는 싸움을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간절함. 감독들이 자신의 결정까지 번복하는 간단명료한 이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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