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하자. 3년 만에 찾아온 '서울의 봄'

기사입력 2016-10-04 09:51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2016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 앞서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 시상식이 열렸다. 박정원 구단주와 김승영 사장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03


3년 만에 '서울의 봄'이 찾아왔다.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의 '가을 야구'가 모두 확정됐다. 두산은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 꼴찌 후보 넥센은 3위, LG는 남은 시즌 4위를 노리고 있다. 이들 3팀이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LG가 승률이 가장 높았다. 9구단-128경기 체제에서 74승54패, 5할7푼8리로 2위에 올랐다. 그 뒤는 넥센. 72승2무54패 5할7푼1리의 승률이었다. 그리고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두산이 71승3무54패(0.568)로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을 야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꺾고, 플레이오프에서도 LG를 제압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 팀'들은 숱한 이슈를 낳으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의 플레이오프는 특히 '전쟁'에 비유되기도 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6 프로야구 경기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넥센이 두산을 9대1로 대파한 가운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9.29/
당시와 올해의 차이점이라면 시즌 전 예상이다. 3년 전에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서울 팀의 가을 야구를 점쳤으나 올해는 다들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특히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유한준(kt 위즈), 손승락(롯데 자이언츠)가 모두 빠져나간 넥센은 유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4번 타자, 최다 안타왕, 마무리의 이탈은 누가봐도 메우기 힘든 공백이었다. 하지만 넥센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캠프를 떠나기 전 "한 번 지켜봐 달라. 좋은 선수들 많다. 반드시 키우겠다"는 염경엽 감독, 심재학 타격 코치, 손 혁 투수 코치의 말이 맞았다. 10개 구단 중 팀 평균 연령과 연봉이 가장 낮은 넥센은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도 후반기 믿기 힘든 페이스로 가을 야구 티켓을 따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0대3 승리를 거두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LG는 0-1로 뒤진 2회 무사 1,3루에서 양석환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이후 이형종의 내야 땅볼과 유강남의 적시타로 3-1로 앞섰고 4회 히메네스의 1타점 2루타, 5회 문선재의 좌월 솔로포를 승기를 잡았다.

이제 LG는 2경기만 잡으면 4위 확정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위치다. 8월 말에만 해도 이 팀의 승패 마진은 -5였지만 9월 1일부터 치른 23경기에서 14승1무8패의 성적을 거두며 5할 승률에도 복귀했다. 캡틴 류제국과 허프, 임정우가 마운드 중심을 잡고 타선에서는 오지환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팀이 단단해졌다.

두산은 당초 우승 후보까지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그야말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다. 10승부터 90승까지 매 10승 단위를 선점했고, 선발 4명은 모두 15승 고지에 올랐다. 김태형 감독은 캠프 때부터 야수들에게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강조했는데, 그 결과 지지 않는 팀이 됐다. 두산은 올해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 허경민 등 모든 선수가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두산은 현재 한국시리즈를 대비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4명의 선발 투수를 그대로 돌릴 것"이라면서 "오른 팔뚝 수술을 받은 정재훈의 페이스가 빠르다. 정재훈과 이현승, 이용찬으로 필승조를 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고 싶은 팀으로는 "마음 속에 있지만 밝힐 수는 없다. 열심히 준비해 2년 연속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만약 넥센과 LG 중 한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그 때는 진짜 '서울의 봄'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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