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NC, 결국 핵심은 허프와 테임즈다

기사입력 2016-10-18 13:21


16일 LG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서울 잠실구장에서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를 펼쳤다. LG 허프가 7회 2사 3루에서 김지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포효하고 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10.16

1경기 징계를 받는 테임즈. NC 타선 뿐만 아니라 분위기의 핵심 플레이어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9.20/

영감(inspiration)과 과학은 언뜻 완연히 달라 보인다. 하지만, 숨막히는 결정적 무대에서는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과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극적 영감이 필요한 것처럼, 뛰어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밑바탕에는 철저한 계산이 깔려하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객관적 전력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무대. 수많은 심리적 변수가 얽히고 설켜있는 곳. 마치 영감과 과학이 절묘한 만남을 갖는 장소가 포스트 시즌이다. 공 하나, 10cm 찰나의 차이가 극적 '나비효과'를 창출하는 야구는 더욱 그렇다.

NC와 LG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가 21일부터 열린다.

2위 NC와 4위 LG의 만남이다. 객관적 전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선발, 필승계투조, 타선, 수비 등 기본적 요소가 없으면 포스트 시즌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 바탕 위에서 심리적 변수인 팀 분위기가 미세한 승패의 요인이 된다.

이번 시리즈는 더욱 그렇다. 흥미진진하다. NC는 객관적 전력이 좋다. 올 시즌 선두 두산을 위협했던 팀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LG가 완벽히 앞선다. 시즌 막판 악재가 끊이지 않았던 NC와 달리, LG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극적 승리를 한 뒤 넥센을 3승1패로 물리쳤다.

가장 주목되는 포인트. 과연 누가 이길까. 또 하나, 역대급 '타고투저'였던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좀 달랐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많은 득점이 나올까, 그렇지 않을까.

객관적 전력


NC의 강점은 강력한 타선이다. 나성범-테임즈-박석민-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올 시즌 최상급이다. 역대 클린업 트리오를 따져봐도 이만한 장타력과 컨택트 능력을 지닌 중심타선은 많지 않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내외야의 중심이 굳건하다. 외야에는 베테랑 이종욱이 있고, 내야에는 손시헌이 굳건하다. 흔히 강팀의 조건으로 센터 라인(중견수-유격수, 2루수-포수)을 강조하는데, NC는 이런 측면에서 확실히 강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강한 중심타선과 견고한 수비라인, LG와 비교한 NC의 최대 강점이다.

투수력은 약간의 문제가 있다. 선발진은 해커-스튜어트-이재학-최금강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다승왕 해커는 지난 시즌보다 페이스가 약간 떨어져 있다. 스튜어트는 지난 시즌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5회부터 피안타율이 높다. '논란'이 있는 이재학은 심리적 문제가 분명 있다. NC의 중간계투진은 풍부한 편이다. 하지만, 승부처를 끊을 수 있는 확실한 선수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즉, NC는 선발과 필승계투조에 명확한 약점 하나가 있다. 확실한 스토퍼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지난 시즌 두산이 니퍼트와 장원준의 강력한 원-투 펀치를 앞세워 시리즈를 평정했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포스트 시즌에서는 에이스 혹은 강력한 클로저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LG는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 등 6경기를 치렀다. 평균 3.3득점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득점을 감안하면, 평균 득점은 더욱 낮아진다. LG는 중심타선이 그리 강하지 않다. 하지만, 집요한 스몰볼로 승부처에서 득점을 쥐어짠다. LG의 최대강점은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는 투수진이다.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허프는 완벽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지난 시즌 니퍼트같은 느낌이다. 준플레이오프 최대 승부처였던 3차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시리즈를 완벽한 우위로 가져갔다.

여기에 류제국과 소사, 우규민이 뒤를 받친다. 극적 변화는 필승계투조다. 정찬헌-김지용-임정우로 이어지는 LG의 필승계투조는 명확한 변수가 있었다. 경험 부족이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세 선수는 매우 안정감있는 경기력을 보인다. 점점 변수가 상수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즉, 이번 시리즈는 NC의 강력한 타선을 LG의 강한 선발진이 대치하는 형국이다. 또, LG의 스몰볼이 NC의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NC는 탄탄한 수비와 함께 큰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아는 베테랑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다득점 양상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NC의 악재, LG의 상승세

전력이나 경험치만 놓고 보면 NC가 당연히 앞선다. LG는 여전히 수비가 불안하고, 경험 부족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폭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즌 막판 NC는 많은 악재가 있었다. 우완 잠수함 이태양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 이재학도 아직 혐의가 벗겨지지 않았다. 여기에 테임즈의 음주운전과 구단의 늑장대응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바닥이다.

테임즈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오지 못한다. 징계 때문이다.(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도 있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재학과 테임즈가 심리적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냐는 점이다. 여기에 전체적 분위기를 NC가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분명, 상대팀 팬에게서 집중적 야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LG는 확실히 상승세다.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이 포스트 시즌에 터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즉, 커다란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큰 경기 중압감이 오히려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는 순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또 하나, 와일드카드에서부터 올라오는 팀의 가장 큰 문제는 투수진의 혹사다. 하지만, LG는 선발진이 제대로 버텨주면서, 실제적 투수진의 혹사는 거의 없었다. 이 부분은 LG에게 엄청난 강점이다. 경기 감각이 날카롭게 살아있는 상황에서 체력적 소모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까지 고려하면 LG가 만만치 않다. 시리즈 전체적으로 NC도 많은 득점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LG는 선발 뿐만 아니라 필승계투조, 그리고 봉중근 이동현 등 추격조의 컨디션도 만만치 않다.

일단 테임즈가 징계로 결장하는 1차전은 양 팀 모두 치열한 저득점 가능성이 높다. 테임즈가 빠진다는 것은 NC 입장에서는 중심타선 뿐만 아니라 분위기에서 확실히 다운그레이드가 된다. 여기에 1차전을 중시하는 양상문 감독의 성향 상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결국 핵심은 LG 허프, NC 테임즈라는 결론이 나온다. 좀 더 미세하게 결국 LG는 수비의 불안을 어떻게 컨트롤 하느냐, NC는 떨어진 분위기를 어떻게 추스리느냐가 관건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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