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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가 새로운 가을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13년 KBO리그에 합류하자마자 7위, 2014년엔 정규리그 3위, 지난해와 올해는 2년 연속 정규리그 2위. 부러움을 살만한 초스피드, 초막강 막내 리그정착기를 자랑하지만 가을은 늘 쓸쓸했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LG에 1승3패로 졌고, 지난해는 3위 두산에 플레이오프에서 2승3패로 패했다. 정규리그에서 순위가 처졌던 팀들에 반란(?)을 허용했다. 올해는 기세좋게 올라온 LG를 벼랑끝까지 내몰고 있다.
시즌 막판 김경문 NC 감독은 조심스럽게 "올해는 다를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지난 2년간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올시즌 내내 '우승'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은 김 감독이다. 하지만 "팀 소속원 전원이 한곳을 향해 나가는 시즌이다. 목표는 하나"라고 못박았다. 지난 2년간의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나성범을 왼손 원포인트 요원으로 준비시켰던 이유는 만약에 대비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은 패했고, 팬서비스가 아닌 악수로 회자됐다. 올해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은 비슷한 팬서비스 의향을 묻자 "그럴 일 없다"고 했다. 1차전 권희동을 4번에 넣고, 2번 나성범, 3번 박민우를 기용한 파격선택. 2차전 마무리로 이민호를 올린 일. 정석이 아닌 선택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악수'가 된다. 결과가 좋으면 '신의 한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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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민은 NC가 지난해말 역대 최고액(96억원)을 주고 영입한 거물 FA다. 박석민은 2차전에서 홈런 한방으로 영웅이 됐다. 7회말 상대 선발 데이비드 허프를 상대로 결승 투런홈런을 때려냈다. 이날 유일한 타점. 박석민은 "이긴다기보다 즐기려 했고,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다. 앞으로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긴장되는 건 없었고, 포스트시즌은 수비가 우선이기에 실책 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방망이는 운"이라고 말했다.
공격력이 뒷받침되는 3루수가 필요해 영입했지만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5년연속 정규리그 1위(4년연속 통합우승)를 차지한 삼성의 '가을 강자 DNA' 때문이기도 했다. 확실한 임팩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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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2차전에서 선발 스튜어트의 7⅓이닝 무실점 호투 뒤 원종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원종현은 1⅓이닝 2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8회 첫 타자 대타 서상우를 상대로 최고 구속 155㎞를 찍었다. 2년전 2014시즌 준PO에서 구속 155㎞를 뿌렸던 그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기간에 대장암 진단을 받아 조기귀국, 수술을 받았고 한해를 쉬었다. NC선수단은 원종현과 함께 뛴다는 의미로 모자에 '155'를 새기기도 했다.
올해 원종현은 54경기에서 3승3패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18로 리그를 대표하는 셋업맨 활약을 펼쳤다. 완벽한 복귀, 그리고 최고의 컨디션을 뜻하는 '155㎞'를 다시 뿌렸다. 원종현은 "스스로도 다시 155㎞를 던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팬들의 성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인간승리는 NC 선수단 전체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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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을 통해 외국인 원투펀치의 건재함을 확인했다. 몸상태 뿐만 아니라 컨디션까지 완벽했다. 해커는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했다. 7회 히메네스, 8회 정상호에게 각각 솔로홈런을 내줬지만 6회 2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중이었다. 진중한 코너워크와 변화구 제구가 일품이었다. 2차전 선발 스튜어트는 7⅓이닝 2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양상문 LG 감독은 2차전이 끝난 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스튜어트의 구위와 컨디션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해커와 스튜어트의 상승세는 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C는 한국시리즈행 8부능선을 넘은 상태다. 천천히 기다리고 있는 두산은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인 니퍼트-보우덴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으로선 해커-스튜어트를 면밀히 체크할 수 밖에 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