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타이틀, 그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홍성흔

기사입력 2016-11-22 20:42


홍성흔이 22일 현역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스포츠조선 DB.

'영원한 캡틴' 홍성흔(39이 선수 유니폼을 벗는다.

두산 베어스는 22일 홍성흔의 은퇴를 발표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홍성흔은 명예 회복 의지가 컸으나, 결국 은퇴를 택했다. 지난주 초 구단과 첫 만남을 가진 그는 최근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18년간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홍성흔은 구단을 통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막연하게 꾸었던 프로야구 선수의 꿈이 이루어지던 첫날과 선수생활의 마지막 날에 같은 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서 저는 참 축복받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과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끝까지 야구를 잘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었던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약간은 서운한 마음으로 시작한 올시즌이었다. 마지막까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짧지 않은 동안 베어스파크(2군)에서 합숙하면서 묵묵히 땀 흘리는 젊은 후배들을 보았다. 젊은 나이 때의 홍성흔을 떠올리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워줌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일인지, 또 얼마나 멋진 은퇴인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홍성흔은 또 '팀을 위해서 언제나 더 나은 모습 보이려고 노력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서 펼쳐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점엔 자부심을 느낀다. 남들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 '참 야구를 잘한 선수'보다 '최고가 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 선수', '열정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당분간 좋은 아빠로, 좋은 남편으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잘 정리하고자 한다'면서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기에 비록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한국 야구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의미 있는 일을 준비하겠다. 그 동안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팬 여러분께 받았던 관심과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결코 잊지 않겠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열정적인 홍성흔'으로 팬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1999년 프로에 뛰어 들어 국가대표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그는 2004년 최다 안타 1위(165개), 타율 3위(0.329)에 올랐고, 2008년부터 3년간 타율 2위를 지켰다.

18년간 통산 타율 3할1리. 올 시즌 부진했으나 그동안 워낙 높은 타율을 찍으며 이 같은 성적을 남겼다. 통산 208홈런, 1120타점, 872득점을 기록했다. 홍성흔은 1999~2008년 두산에서 뛴 뒤 2009년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했다. 롯데 시절 이대호, 조성환, 가르시아와 함께 막강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

홍성흔은 라커룸의 '리더'로도 존재감이 컸다. 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선배였다. 두산으로 돌아와 2013년부터 2년간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지난해 주장 오재원, 올 시즌 주장 김재호가 선수단을 잘 이끄는데 도움을 줬다. 두산 관계자는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경기 중에 어떤 조언을 해야 하는지. 왜 주장은 때로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는지. 홍성흔이 2년 간 모든 걸 보여줬다. 홍성흔이 없었다면 우리 팀 라커룸 분위기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혹을 앞두고 입지가 좁아졌다. 오재일, 김재환, 국해성 등이 치고 올라오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홍성흔은 올 시즌 초반 "예전처럼 팀이 날 반드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아니다. 늘 경쟁해야 한다"며 "한 번씩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봤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고심 끝에 (홍)성흔이가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안다. 20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며 "제2의 야구 인생 설계를 잘 했으면 좋겠다. 지도자 길을 택한다면, 차근차근 과정을 잘 밟아나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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